서울시교육청 비리 사건 "교사.학교 연대 책임져야"사학재단, "감사권 남용, 학생들에게 피해 돌아갈 것"
  • “연대 책임이라고요? 그러면 일선 학교에 비리가 터지면 교육감에게 가장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새해부터 비리가 발생한 학교를 실명으로 인터넷에 공개키로 한 것과 관련, 사학 재단들의 불만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특단의 대책이 ‘학교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곽 교육감이 사학재단 길들이기를 시작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비리를 저지른 교직원이 근무하는 학교 이름을 인터넷에 예외 없이 실명으로 공개하고 모든 감사결과도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비리 근절책을 마련, 3월 새 학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그동안은 일선 학교에서 교원의 금품수수, 성추행 등이 발생해도 비리 당사자의 이름과 학교명은 학교 이미지를 고려해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학교 비리는 그 특성상 교사 개인이 저지른 비리라 하더라도 학교 전체 명예에 큰 손실을 주기 때문이다.

    시 교육청 송병춘 감사담당관은 "비리교원의 실명은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어) 공개하기 어렵지만 학교명은 비리 경중에 관계없이 공개하겠다"며 "일벌백계형 비리근절책으로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학교 전체 구성원들에게 개인비리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워 학교 자체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기도 하다.

  • ▲ 전국 사립초교 교장 '부정입학' 자정 결의. 전국 75개 사립초교 교장들로 구성된 한국사립초등학교장협의회가 지난해 학교 비리와 관련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다짐하며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전국 사립초교 교장 '부정입학' 자정 결의. 전국 75개 사립초교 교장들로 구성된 한국사립초등학교장협의회가 지난해 학교 비리와 관련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다짐하며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사학재단들은 ‘허울 좋은 이유를 붙인 사학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학생의 수업료가 주요 수입원인 사립학교와 모든 예산을 교육청이 지원하는 공립학교는 운영 방식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안의 비리가 터져 이미지가 실추되고 입학 지원생이 줄어들 경우 공립학교는 해당 교원과 관리자(교장·교감)의 징계로 마무리될 수 있지만, 사립학교는 학교 운영 자체에 직격탄을 맞는다.

    재단 이사회가 개입한 중대 비리 사건도 아닌 교사 개인 저지른 비위까지를 모두 학교 측에서 관리·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사립학교 재정상태가 어려워질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지역 사학재단 이사장 A씨는 “교사 개인이 저지른 비리를 학교가 모두 책임을 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일일이 교사들의 사생활까지 감시할 수도 없는데 서울교육청은 무작정 비리를 없애라고만 강요하고 있다. 이는 교육청이 감사권을 남용하는 사례”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