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합동전력 강화' 핑계로 ‘屋上屋’ 조직만 증가군 내부선 “합참에 인사권만 주면 끝나는 문제인데….”
  • 지난 29일 국방부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합동전력 강화’를 위해 합동군 사령부를, 서북도서 방어력 강화를 위해 ‘서북해역사령부’를 창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기존에 있던 합참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합동군 사령부를 만들고 사령관은 4성 장군으로 두어 육해공군을 모두 지휘하도록 할 것이며, 서해 5도를 방어하기 위한 서북해역사령부를 사단급 이상 규모로 만들어 ‘빈 틈’을 매우겠다고 보고했다.  

    합동군 사령부는 전시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지휘구조를 일원화하고 합동전력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다고 한다. 서북해역사령부는 서해 5도와 이를 지원하는 공군, 인근 본토의 육군과 해병대 병력을 총괄 지휘, 북한의 도발에 합동전력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조직 구성은 군 내부의 목소리는 무시한, ‘미국 따라 하기’식의 조직 개편이다.

    미군은 세계가 작전 반경이다. 병력 수는 145만9000명으로 중국의 228만5000명보다 적지만 세계를 전구(戰區)로 나누어 ‘합동군 사령부’에 맡긴다. 언론에 나오는 북부 사령부, 남부 사령부 등이 바로 이런 합동군 사령부다. 미군이 조직을 이렇게 만든 이유는 작전이 해외에서 주로 이뤄지고 육해공군이 다 함께 움직이는 작전이 많아서다. 주한미군과 같은 소규모 사령부를 만드는 것도 이 같은 합동군 사령부 개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미군과 북한에 대적해야 하는 한국군의 운용 개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잘 아는 군 내부에서는 “지금 필요한 건 합동군 사령부가 아니라 기존 조직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며 “‘연합전력’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합참의장의 힘이 미약했던 것은 ‘인사권’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었다. 각 군 참모총장에게 인사권이 있다 보니 합참에 파견된 육해공군 구성원들이 합참의장의 말을 따르는 게 아니라 각 군 참모총장의 입만 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합참은 ‘전투조직’이 아니라 ‘행정조직’처럼 여겨지게 됐고 위기 발생 시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합참의 문제를 잘 아는 장교들은 합동군 사령부를 만들기 보다는 합참에 인사권을 주고, 각 군 합동훈련을 지금보다 몇 배 강화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우리 군 창설 이후 육해공군이 함께하는 훈련 자체가 매우 드물었는데 ‘합동군 사령부’를 만든다고 ‘합동전력’이 자동적으로 강화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북해역사령부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서북도서를 지켜온 건 해병대다. 하지만 해병대는 지금까지 국방개혁에서도, 군사력 증강에서도, 국방비 증액에서도 ‘서자(庶子)’ 취급을 받아왔다. 북한의 연평도 기습도발 당시 그 ‘서자’들의 분전(奮戰)에 국민들도 감동했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힘을 실어주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 한 번 보자. 해병대 수장(首長)이 육군 군단장과 계급이 같다. 서북해역사령부를 사단급 이상 규모로 만든다면 사령관 자리는 어느 군에서 차지할 지 뻔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이런 조직 만드는 걸 잘한다고 하겠나.

    국방부는 30일 국방백서를 발간하면서 “우리 군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 보다 깊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식의 ‘조직 만들어 힘을 키우자’는 ‘관료주의적 논리’를 안보에까지 들이민다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은커녕 '아군'조차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