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는 창의적 군사-외교 대안 제시해야
     
    북한은 금년에 두 번 군사도발을 자행하였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해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음을 자랑했으나 아직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이 6자 회담 카드를 꺼내는 바람에 도발의 책임도 지지 않고 6자 회담에 복귀하는 외교적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북한을 규탄하는 여론 못지 않게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개발 포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등 선결조건 없이 6자 회담을 재개하라는 것이다. 중국이 제안하였고, 북한이 동의했다. 북한이 은근히 바라던 것이 체면을 잃지 않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것이었다면 중국이 그 길을 열어준 셈이다.
     
    조건 없는 6자 회담 재개는 북한의 외교적 승리를 의미한다. 그것은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보상을 하는 것과 같다. 6자 회담은 이미 북한에 의해 4차례 중단된 바 있는 실패한 회담이다. 북한은 2009년4월 “이런 회담에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6자 회담에서 탈퇴했다. 그런데 지금 6자 회담 재개가 힘을 얻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다룰 적절한 군사적, 외교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2차에 걸친 핵실험을 응징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무기 금수, 수출 통제, 화물 검색, 금융 및 경제 제재 등 강력한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2개의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2009년 장거리 로켓 발사와 천안함 폭침을 비난하는 의장성명도 채택했다. 따라서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려면 먼저 이들 안보리 결의와 의장성명의 요구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조건 없이 6자 회담을 재개하자는 것이다. 물론, 한-미-일 3국은 반대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6자 회담 재개 주장이 힘을 얻는 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 “전략적 인내”는 너무 순진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판의 대상이다.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는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은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군사도발을 일으킨 북한이 외교 전에서도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는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아래 외교공세를 펴는 한편 리차드슨 주 지사와 CNN을 불러들여 홍보전을 전개한 것이 국제여론 조성에 영향을 미쳤다.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국과 북한이 취한 조치를 비교해보자.
    한국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은 안 된다”라는 지시를 했느냐 여부로 시끄럽다가,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방장관을 경질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한국의 조야는 어느 선이 적정한 군사적 대응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였고, 서해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미루었던 연평도 주둔부대의 사격훈련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는 등 군사적 대응에 골몰했다. 외교적 대응은 12월5일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연평도 포격사건을 유엔안보리에 가지고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해 경위를 설명하고 사후 대책을 협의하는 등 외교전선을 구축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수호천사 빌 리차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CNN을 불러들여 홍보전을 펼치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국의 소극적 대응와 북한의 적극적 외교, 홍보 공세는 큰 차이를 낳았다. 북한은 중국의 6자 회담 재개에 동조함으로써 무력도발 책임을 면제받고, 6자 회담을 통해 내심 원하던 북미 직접대화를 재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또 천안함 사건과 서해합동군사훈련에서 소외되어 있던 러시아를 부추겨 연평도 주둔 한국군의 군사훈련이 동북아 정세를 위협한다고 중단을 요구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을 추진하게 하는 외교적 촌극을 벌여 남북 어느 쪽에서 도발을 일으켰는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면 북한과 중국이 외교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이 북한문제 해결을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미국에게는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도발을 억제할 적절한 군사적 대안이 없다. 제재, 규탄, 수출통제, 금융제재, 봉쇄 등 외교적 압박과 경제 제재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게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이제 한국과 미국은 실행 가능한 새로운 군사적, 외교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조건 없는 6자 회담 재개가 대세가 될 것이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유출된 미국대사관 전문에 의하면 중국관리들은 한국관리들이 창의력이 없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말하는데 하나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단호한 의지와 인내심이다.
    북한의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에는 한계가 있다. 북의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능력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면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북을 압박할 수 있다. 북한문제 해결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만 높여 주고, 불필요하게 중국의 국제적 비중만 키워주는 결과를 빚는다. 한국과 미국은 창의적인 군사, 외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