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 청문회 해임 사유서, 좌파 주장만 그대로 열거해“영진위 뺏기면 타 기관들 줄줄이 좌파에게 주게 될 것”
  • “내 개인의 일이라면 얼마든지 사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대로 사퇴한다면 문화계, 특히 영화계에서의 좌파의 준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문광부로부터 해임과 관련된 청문회 통보를 받은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뜻밖에 침착한 모습이었다.
    “끝없이 흔들어대는 좌파에게 대책 없이 끌려가는 것이 아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대로라면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 ▲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주간조선 제공
    ▲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주간조선 제공

    지난 26일 조 위원장을 만나 해임 관련 청문회 통보서를 훑어봤다.
    ‘처분의 원인이 된 사실’이라는, 이를테면 해임 사유를 보니 크게 3개항이었다.
    지난 5월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 1차 심의 기간 중 프랑스 칸에서 심사위원 9명 중 5~7명에게 ‘내부조율’ 등의 언어를 사용하며 특정작품을 거론, 심사에 개입했다는 것이 첫째 사유였다.
    조 위원장은 “당시는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을 하고 있던 때여서 심사위원 구성을 다 마무리 못하고 칸 영화제에 가게 됐다.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심사위원들이 확정되어 심사위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인사를 했고 공정하게 심사해달라고 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전화도 통화가 되는 사람에게만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직원들에게서 심사위원들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연락이 왔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나와 통화 시간 기록까지 보여주며 심사에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귀국 후 ‘내가 심사위원들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이는 위원장 업무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기자화견을 통해 밝혔다.”
    조 위원장은 “심사위원 스스로도 심사 내용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업무 범위 안에서 함께 심사를 잘해보자고 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주장하면 인정은 하겠다고 밝혔더니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면 사퇴하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공격하겠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내가 심사위원들에게 전화했다는 것이 호재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의도적인 흔들기였다”고 말했다.

    해임 사유의 두 번째는 거의 전부가 이 문제에 대해 “야당 측이며 영화관련 단체들이 이런 성명을 내고 저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이렇게 떠들고 있으니 그만두라”는 식이다.
    진보며 좌파들은 왜 이렇게 집요하게 조 위원장을 사퇴시키려 하는 것일까.
    조 위원장은 “좌파와 우파가 대립하고 있는 영화계에서 우파적 입장인 나를 흔들어서 끌어내리려는 것이고 나를 임명한 장관, 정부에까지 타격을 주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영진위는 영화 정책을 통해 지원사업, 규모, 방향 등을 정한다. 이는 영화계에 영향을 미치고 대중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주목을 받는 중요한 매체이고, 정치적 입장이 반영되기도 한다.
    영진위는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설립됐다. 이전의 영화진흥공사를 위원회 체제로 바꿨다. 문성근, 명계남, 정지영, 김혜준 등이 당시 집권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루면서 영화계를 주도했다. 이들은 영화계에서 기존 질서를 이끌고 있었던 영화인협회를 무력화시켰다. 영화계 원로, 보수의 발언권과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영화인협회의 대체 조직으로 영화인회의, 여성영화인회의, 제작가협회 등을 내세웠다. 이들 단체가 연합해서 영화계 판도와 구도를 확 바꿨었고 노무현 정부 들어 극대화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화진흥위원장 임명권이 우파로 넘어오자 좌파들은 위원장 자리를 다시 찾아오거나 무력화시키고 싶어 했다.”
    조 위원장은 “이를 위해 해당 인물에 대해 반대하고 사업 정당성 여부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들과 입장을 같이 하는 언론, 인터넷 매체들도 영진위와 영진위원장에게 중대한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 같은 자료는 야당을 통해 유통되면서 다시 국회에서 논쟁거리가 됐고, 이는 다시 언론에 보도됐다. 일종의 유기적인 라인이 형성된 것이다.”고 말했다.

    해임처분안의 원인이 된 사실은 국민권익위의 조사 내용 이외에는 모두 야당 의원들과 특정 정치성향을 띈 단체들의 일방적 주장을 열거한 것에 불과했다.
    한 우파단체의 인사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이의제기할 방법도 없는 국민권익위 통보 하나로 해임 근거로 삼으려다보니 본인들 스스로도 너무 부실해 보였는지 야당 의원과 좌파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열거했다”며 “그러면 장관, 차관 해임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과 좌파단체들이 수두룩한데, 그때마다 이들 주장을 근거로 해임해버릴 것이냐”며 문광부를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영진위는 상징성이 있는 존재”라며 “영진위가 좌파에 초토화되면 다른 기관 역시 좌파에게 주도권을 주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