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중국군 참전 60주년 기념행사가 한참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후계자 김정은을 데리고 대표적 공안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를 시찰했다.

    10월 들어서만 두번째인 김 위원장의 이번 보위부 시찰은 공개활동 일정이 잔뜩 몰린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된다.

    사실 김 위원장과 김정은은 9.28당대표자회부터 이달 10일 당창건 65주년 기념일까지 숨가쁜 후계 공식화 일정을 밟아왔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당대표자회 이전부터 계획된 수순일 테지만 10월 들어서는 북중 간 군사, 경제 교류에 갑자기 탄력이 붙었다.

    25일 평양 일원에서 진행된 중국군 참전 60주년 기념행사는 최근 급가속된 북중 군사교류의 하이라이트 성격이 짙다.

    김 위원장 부자는 이날 특히 바빴다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대규모 군중대회에 참석했고 궈보슝(郭伯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이끄는 고위군사대표단도 만났다.

    조선중앙통신이 26일 새벽 2시40분에 전한 김 위원장의 보위부 시찰은 25일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대개 하루 늦춰 보도하는 것이 북한 매체들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정이 빡빡했던 25일에, 그것도 중국 공산당의 고위급 축하사절단이 평양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보위부를 찾아갔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 김 위원장이 보위부를 이처럼 각별히 챙기는 이유는 뭘까.

    우선 김정은 후계 정착을 위해 내부 반발의 통제가 필요하고 그 선봉에 세울 수 있는 기관이 바로 보위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북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권력 세습에 반대하는 기류는 이미 북한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데일리NK'는 이달 초 "주민들 사이에 김정은을 비난하는 얘기들이 나돌아 당 조직과 보위부가 주민동향을 파악하면서 검열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와 비슷한 내용의 북한 내부 동향이 꼬리를 물고 전해지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잦은 보위부 시찰이 역으로 김정은 후계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번 보위부 현지지도에서 "부대 군인들이 계급의 총창(총검)을 틀어잡고, 혁명적 전취물인 어머니 조국과 사회주의 제도를 튼튼히 지켜가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중앙통신이 전했다. 무력을 써서라도 체제(김정은 후계)를 지키라는 메시지가 금방 읽혀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체제 수호의 최일선에 있는 보위부를 김 위원장이 연이어 방문한 것은 이 조직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김정은 후계에 대한 주민 반발을 미연에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