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후 논의 들어가기로...엇갈린 반응朴.孫'개헌 부정적'-李.金 '개헌 찬성'
  • G20정상회의 개최 준비로 잠시 가라앉은 정치권 '개헌'작업을 놓고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물밑 주판알 튕기기가 빨라졌다.

    이해득실에 따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으나 여야 모두 본심보단 군불 때기용 발언이 많아졌다는 평이다. 국가 중대사인 개헌을 두고 자칫 셈법이나 정략적 발언으로 비쳐질 경우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인식 하에 대권주자 또는 킹메이커 간 개헌셈법을 둘러싼 물밑 수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 민주당 빅3중 대표로 선출돼 차기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손학규 대표는 2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개헌 논의와 관련해 "대통령 중임제를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선호하는 정부 형태에 대해 "대통령 중심제, 4년 중임제"라며 "정치적인 분파가 심하고 고질화된 상태에서 내각제를 하면 정쟁으로 날이 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대선에 나올 후보 내지는 잠재 후보들이 개헌안 또는 개헌 관련 입장을 표명하고 그것을 기초로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뒤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바로 개헌논의를 시작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앞서 손 대표는 지난 15일에도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의 개헌을 반대했다. 이같은 손 대표의 발언은 여권의 개헌 제안이 '정략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손 대표는 공식, 비공식 석상에서 "(개헌은)민생·국정 실패를 가리고 정권 연장을 위한 국민 호도"라며 강도높은 어조로 비판을 이어간 바 있다.

  • ▲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야권의 킹메이커격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 대표와 약간 다른 입장이다. '선 여당 단일안, 후 논의 가능'의사를 밝혀 논의 여지를 열어둔 것. 이는 여권내에서도 개헌을 둘러싸고 계파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여권의 분열을 기다리는 행보로도 읽힌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개헌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공식 인터뷰 등을 통해 개헌 방향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 주류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헌이 궁극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 진영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권력 집중이 심한 현행 대통령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력분산의 필요성엔 공감했으나 "이번 정권에서 개헌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여권의 킹메이커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적극적 개헌론자다. '개헌 전도사'라는 이름을 붙을 정도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이 장관은 "현재의 대통령 중심제가 나라를 여기까지 이끌어 오는 데 도움이 됐다면 미래 국가발전을 위한 선진국형 권력틀을 갖추기 위해서는 권력이 나눠져야 한다"(22일.라디오)며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개헌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여야가 합의해서 발의만 한다면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의결하고 30일 이내에 국민 투표하면 되니까, 합의만 한다면 불가능한 시간은 아니다"(6일.언론인터뷰)등 연내 개헌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이 겹치기 전에 개헌을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장관은 "지금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전념해야 할 때"라며 "모든 정치적 사안은 G20 회의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 ▲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G20 정상회의가 끝나는 대로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입장 정리를 위한 절차를 밟을 것"(17일, 기자간담회)이라고 밝혀 G20 이후 어떤 형태로든 개헌 논의의 하겠단 입장을 분명히했다.

    또 개헌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손 대표를 향해선 "그분도 과거 개헌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반박했고, 친박계엔 "박 전 대표도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원했지 않느냐. 그것은 개헌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개헌을 둘러싼 차기 대선주자간의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주영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이든, 소위 잠룡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개헌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쓴소리를 한 뒤 "내년에는 큰 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가 개헌동력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적기"라고 주장했다.

    또 "각 정당이나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야 성공할 수 있다"며 "당론을 정하는 것은 개헌 성공에 도움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개헌 추진의 성공은 당론이나 기계적 접근이 아닌 국민 공감대 형성 절차가 우선이란 점을 역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