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1심 판결에 도달한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한 전 총리의 재판을 일주일에 2∼3회 집중심리하기로 했다.

    집중심리는 연속으로 재판을 열고 심리하는 방식으로, 형사소송법은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을 매일 열어야 한다고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정 사정과 재판부 일정, 변론 준비에 필요한 시간 등 현실적인 이유로 2∼3주에 한 번 정도 공판을 여는 게 보통이다.

    중요 사건은 주 1∼2회 정도 재판하는데 특검법에 따라 기한이 있었던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주 2회 정도 공판했던 것에 비춰본다면 한 전 총리는 ‘초고속’ 재판을 받는 셈이다.

    법원이 이처럼 신속하게 재판하려는 것은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가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법원이 선거운동 일정에 지장을 준다’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쟁점 사안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사법 판단을 내리는 게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잡힌 일정을 보면 재판은 9번의 공판기일과 1번의 검증기일로 변론을 종결한다.

    첫 공판이 열리는 8일에는 한 전 총리가 기소 이후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공소 사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22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총리 공관에 대한 현장검증이 열리며,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6일 증인으로 출석하면 재판에 대한 관심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29일 열릴 피고인 신문은 어느 때보다 격렬한 논쟁으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밖에 곽영욱ㆍ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차관 등 옛 ‘실세’도 줄줄이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법원은 31일 검찰의 구형 의견과 한 전 총리의 최후 진술을 듣고 다음달 9일 본격적인 선거전에 앞서 5만달러 수수 의혹의 실체를 판단하고 재판을 매듭짓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