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학자들의 진단은 틀렸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청와대를 포함한 남한 본거지에 대한 보복聖戰 발언으로 이례적인 강수를 보였다. 지금껏 북한의 언어폭력은 국가의 대외성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유치하고 상식적이라 할 만큼 극도의 적개심으로 일관됐다.
    이는 단순히 대외협박이 아니라 북한 내 주민들에 대한 反韓교양 수준이 어느 지경인가를 가늠하게도 한다. 한편 좌파 십년에 이어 우리 남한 정부가 북한에 그동안 얼마나 관대했는가를 보여주는 뚜렷한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이 이렇듯 갑자기 보복聖戰까지 운운한 것을 두고 우리 북한학 학자들은 후계자 문제나 ,혹은 국방위원회 格上 때문이라고 일제히 점을 쳤다. 심지어 어떤 언론사는 대화를 주도하려는 당과 강경을 고집하는 군부와의 충돌 때문이라고까지 하였다.
    북한은 부서나 기관 사이에 모순과 갈등이 살아있는 多기능 구조가 아니다. 유일적 정책 집행과정에 나타나는 작은 개인 갈등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바로 북한 특유의 완벽한 독재 시스템이다. 이렇듯 김정일 개인통치의 편협한 획일성 때문에 종종 반전이 연출된다.

    해외첩보부서 35호실의 장난

    이번 역시 통전부가 사전에 비준 받아 차근차근 실행하던 유화전략이 김정일 한 마디로 뒤집어진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어느 부서의 입김이 작용했는가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예컨대 김정일이 지정한 남한의 對北지원 定量을 채우기 위해 通戰部는 훈련된 조직적 감각으로 대화전략을 치밀하게 기획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해외 첩보 부서인 35호실이 자기 부서의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준비한 붕괴 대비 시나라오 첩보라며 김정일을 흥분시킨다.

    독재를 유지하느라 늘 격한 감정을 유지하는 김정일은 즉시 통전부에 전화를 걸어 즉흥적인 분노를 쏟아낸다. 그러면 통전부는 반드시 따를 수밖에 없으며 결국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의 모든 기관장들은 창의력이 아니라 김정일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비준업무에 길들여져 있다.
    이런 체제에서 과연 누가 감히 조직의 이익을 위해 불쑥 나서서 보복성전을 떠들 수 있단 말인가. 북한은 대남성명의 기능과 역할이 그 주체기관에 의해 달라진다. 우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성명은 북한 최고 수위의 성명으로서 반드시 국가적 행동을 전제로 발표한다.

    부서 성명마다 전략분담...대남성명은 통전부101연락소 전담

    외무성 성명은 북한 정권의 입장을 전달하거나 공화국 성명 전제 수단으로 활용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은 對南입장과 의지와 관련한 북한의 당, 정부, 내각의 연대와 일체성을 강조한다. 조평통(조국평화통일서기국)성명은 對南정책을 주도하는 당 통전부 산하 기관이지만 북한의 통일외교를 대변하는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한다.

    조선인민군 성명은 남한에 대한 강경을 시사하는 전략적 의미로 사용한다. 사회 각 단체(농업근로자, 직업총동맹, 김일성청년동맹, 여성동맹, 등 등)성명은 북한의 사회적 분위기, 즉 해당 문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조작된 국민정서를 반영한다.
    이 외에도 판문점 대표부, 해군사령부 등 기관 명의의 성명은 연관 문제에 한하여 집중 조명하는 형식으로 활용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對南문제와 관련한 북한 내 모든 성명은 그 주체가 어디든 상관없이 통전부 101연락소와 조국평화통일서기국에서 작성한다는 것이다.

    무는 개는 짖지 않는 법

    그 이유는 김정일 정권이 업무의 유일적 관리를 통한 독재를 구축한 특성 때문이다. 더욱이 黨 통전부는 南北창구 기관으로서 대화 및 교류, 남한에 대한 각 분야의 연구기관과 對南심리전 부서 등 복합적 기능을 잘 갖춘 전문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성명이나 對外발표의 문구마다 김정일의 對南의지와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전문 對南 필진이 배치된 기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보복聖戰 발표 역시 그 주체는 국방위원회지만 작성은 통전부가 했다. 문제는 이번 발표에서 유례없는 보복聖戰 표현이다. 그러나 무는 개는 짖지 않는 법이다. 그만큼 김정일의 체제불안이 가중됐고 보복聖戰을 말할 만큼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보면 그만인 것이다.

    단 북한의 對外전략에서 분명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본다. 우선 한미일 동맹에 쐐기를 박기 위해 6자회담에서 남한을 배제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평화제안을 전제로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선언한 것도 어쩌면 그 맥락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MB레임덕 가속화 전술...김정일 있는 한 유화정책 불가능

    북한은 그동안 휴전협정 상대국인 미국과의 평화협정만을 고집했었다. 韓美정책 수평을 기울게 하고 남한에 대한 고립정책을 추진하기에 가장 적합한 전략인 셈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이렇듯 무리수를 두려는 이유는 평화불안을 조성하여 올해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서 李明博 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기 위해서이다.

    북한은 다음번 大選에서 햇볕정책 계승세력의 對北정책 당위성을 입증시키기 위해서는 전쟁불안을 극대화하여 李明博 정부에 최대한 남북평화 관리 책임을 넘겨씌워야 한다. 그러자면 1차, 2차, 3차로 나누어지는 단계적인 對南압박 전략 과정에서 지금이 그 2차 전략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보복聖戰은 그 포괄적 의미를 내비친 북한의 공개 선언이고 그 실행의 첫 발일 수도 있다. 체제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아무리 남북대화와 유화전략을 추진하고 싶어도 김정일의 즉흥적인 변덕 한 마디에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通戰部의 고민이자 남북관계의 현 주소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