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를 사로잡은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스토리'가 뒤늦게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봄부터 참모진에 "참 잠이 안온다"는 이야기를 자주하며 400억달러 규모의 UAE 원전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한 고민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핵심참모는 28일 "이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한 핵심 메시지는 '서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때 그때 이익을 따질 수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가, 지도자와 지도자의 관계에서는 생각과 철학을 공유해야한다. 잠깐 손해를 보더라도 길게 보고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이 대통령의 이같은 메시지에 감명받았으며, 결국 '인간적 신뢰'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앞서 여섯 차례 '전화외교'가 이어지는 동안 프랑스로 기울었던 UAE를 움직이게 한 배경에 우리 정부의 신속한 대응력과 이 대통령의 진정성있는 설득 노력이 주효했던 것은 물론이다. 지휘봉을 잡은 이 대통령은 실무진에 공기단축, 가격조정 등 협상안을 수시로 제시하면서 프리젠테이션까지 직접 챙겼다고 한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함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 선왕(先王)의 묘소가 있는 '그랜드 모스크'를 시찰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함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 선왕(先王)의 묘소가 있는 '그랜드 모스크'를 시찰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의 UAE 방문을 동행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눈물을 글썽인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아부다비에서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UAE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칼리파 대통령과 함께 모하메드 왕세자의 선친인 고(故) 자이드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며 "이 자리에 모하메드 왕세자가 예고없이 모습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선친이 하늘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며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덕담했고, 이에 모하메드 왕세자는 눈물을 비쳤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왕세자가 만난 것은 이번 방문이 처음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원전 수주가 어렵다는 사실이 전해진 뒤 6번이나 전화 통화를 하며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며 "대통령이 현대 시절부터 수많은 입찰을 경험한 특유의 세일즈 감각으로 왕세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첫날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나와 이 대통령을 직접 영접한 데 이어 27일 저녁에도 귀국길에 오르는 이 대통령을 비행기 앞에서 배웅했다. 그는 비행기가 출발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까지 보였고, 이 대통령도 모하메드 왕세자가 여전히 공항에 서있다는 보고를 받고 기내 좁은 창문을 통해 답례하는 성의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에 대한 UAE 정부의 각별한 예우는 '형제국'이라는 표현만큼 가까와진 양국간 거리를 짐작케 했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아랍 형제국'인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국가 귀빈에게만 제공하는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의 로열 스위트층(8층)을 이용했다. 당초 이 대통령의 숙소는 이 호텔 7층이었지만 UAE 정부는 예우 차원에서 왕족 소유의 '영빈관'격인 8층을 제공하고, 7층도 참모들이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칼리파 대통령과의 오찬에서도 이같은 배려가 묻어났다. 칼리파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아랍 음식 중 무엇을 좋아하시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이 "낙타고기와 양고기를 좋아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찬메뉴에 낙타고기는 빠져있었고 오찬이 끝난 후 칼리파 대통령은 "왜 낙타고기는 준비안했느냐"고 관계자들을 질책했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 대통령과 동행하며 "(칼리파 대통령이) 그렇게 즐거워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