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선진국 진입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 매사 수치상으로만 높이 올라가면 그게 곧 선진국인가? 예를 들어 우리 식품과 식자재의 질적(質的) 수준, 식당 수준, 식품 가격을 기준으로 해서 볼 때 이런 나라는 절대로 선진국임을 자처할 자격이 없다.

    오늘(21일)자 조선 닷컴은 어느 어린이집이 아이들에게 유통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먹였다는 이야기, 김장철에 역한 냄새를 풍기는 구더기 액젓이 전국으로 퍼졌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확인된 단골식당 아닌, 길가다가 문득 들어간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고 그 형편없는 맛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경험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식품과 음식 값은 또 왜 그렇게 ‘세계적으로’ 비싼지, 이런 걸 두고 선진국 진입 운운하는 우리는 정말 너무 너무 낯 두껍다.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사 먹어도 기본은 된다고 한다. 미국 수퍼 마켓에서 식품을 사 보면 다른 물건 값에 비해 식품 값이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적어도 먹는 문제에 관한 한 정부 정책이 각별한 배려와 대처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에 조예가 없는 사람도 “직장에서 물러났으니 우동집이라도, 고깃집이라도 낼까?” 하는 식으로 요식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사람들처럼 700년 된 우동집, 5대 째 하는 스시집 같은 게 없다. 그야 용금옥 같은 추어탕 집은 예외로 치고 말이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는 우리네 정계의 무식하고 무감각한 풍토다. 식품 문제가 어째서 경천동지 할 정치적 쟁점으로 제기되지 않는가. 쇠고기 파동? 물론 그 관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서 미국 쇠고기만 문제이고, 한국 식품, 식자재, 식당, 음식값…의 살인적인 후진성은 도무지 ‘촛불’은 커녕, 반딧불조차 일으키지 못하는가.

    어느 동남아 국가에 오래 살았던 한 분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 사람들이 이 나라를 후진국이라고 얕잡아 보는데, 이 나라에는 적어도 가짜 고춧가루 따위를 팔아먹는 후진성은 없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다른 분야는 몰라도, 그 나라의 우유 맛을 보니 한국 우유 맛은 물 탄듯 싱겁다는 느낌이었다.

    세계 정상들이 모여 앉아 ‘선진국’임을 자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자격에 관한 조약이라도 만들었으면 한다. 그 조건 중 하나는 단연 식품과, 전국 방방곡곡 식당들의 평균적인 질(質)에 관한 것이었으면 한다. 그럴 경우 우리는 절대로 선진국에 끼일 수 없다. 일부 빼어난 전통 식(食)문화 지역을 빼고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