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지금까지의 여러 진단들에 의하면 김정일 집단은 결국 주민들의 쌈지돈을 ‘따와이’ 하기 위해, 그리고 시장의 확대를 막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돼 있다. 한 마디로 약탈정권이요, 수구꼴통(‘反시장’이라는 점에서) 정권인 셈이다.

    국가나 정부의 존재이유는 주민들로 하여금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있게끔-그것도 가능한 한 최대한-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 정부, 정권의 정당성의 한 필수요건이다. 그런데 김정일 집단은 ‘지킬 수 있게끔’은 고사하고, 그나마 조금 가지고 있는 것까지 빼앗아가고 있다. 마적단의 수법 바로 그것이다.

    시장 경제는 과거 사회주의가 ‘진보’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던 때와는 달리, 오늘의 세계에서는 좌(左)든 우(右)든 모두가 다 약간씩의 정도의 차이를 두면서 채택하는 보편적인 체제가 되었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반(反)시장이야말로 신판 수구꼴통이다. 중국, 베트남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일당독재를 하면서도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김정일 집단은 왜 그렇게 약탈적 수구꼴통으로 나가고 있는가? 한 마디로, 시장 경제, 그것을 통한 돈 버는 사람들의 출현이 김정일 절대권좌를 이완(弛緩) 시킬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수령의 궤도를 이탈해 제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은 김정일 교주(敎主)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험요소다.

    시장, 자영업자, 상업, 물류이동, 이윤동기, 규제철폐야말로 중세기+절대왕정을 때려 부순 자유의 바람이었다. 지금 북한에서는 그런 중세기+절대왕정과 근대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을 먹고 살게 해주자니 김정일 권좌가 죽을 지경이고, 김정일 권좌만 지키자니 주민이 죽을 지경이고…. 이래 저래 숙환(宿患)을 앓는 김정일이 빨리 '최종해결(final solution)'의 날을 맞이하는 수밖엔 없게 되었다.

    ‘선덕여왕’의 미실이 죽었다. 미실은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책력(冊曆)을 자신이 독점해 그것을 미신화 함으로써 강력한 권좌를 누렸다. 그런 책력을 선덕여왕은 첨성대로 구현해 대중에 공개했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김정일이 감추고 있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시장경제)를 공개해 그것을 주민들에게 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