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북한이 우라늄 농축 성공, 플루토니움 무기화를 선언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대북정책의 중도실용화’를 주장하는 글을 쓴 한국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중도실용’을 제시할지 흥미롭다. 한국 미국 이젠 모두 꿈 깨야 한다. 김정일은 그 어떤 당근이나 채찍에도 불구하고 “핵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노선을 포기하거나 바꾸지 않는다.

    이젠 두 가지 중 하나밖에 없다. 핵을 보유한 김정일과 미국, 한국이 속절없이 ‘햇볕’ 아류로 물러서던가. 실효성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강력한 국제 제재와 봉쇄 정책으로 나가던가. 6자 회담, 미북 직접대화 아니라 그 할애비를 한다 해도 김정일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회의 한답시고 한국, 미국 공무원들 쓸데없이 왔다 갔다, 항공료, 호텔비, 밥값만 낭비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미국 내에도, 핵을 폐기 시키려 하기보다는 핵의 확산만 막자는 선으로 후퇴하자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내에도 “핵을 포기하면, 도와주겠다”는 전제조건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좌, 우의 오피니언 그룹이 있다. 한 마디로 속수무책이라는 이야기이거나, 속수무책을 이유로 한 햇볕론자들의 반격인 셈이다.

    대책과 묘수도 없이 강경으로 나갔다가 임기 말에 돌연 온건으로 돌아선 부시도, 공식적으로는 강경하면서도 미-북 직접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는 오바마도 결국은 속수무책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역시 ‘핵 때문에’ 언제까지 전면 대화중단으로 나가기도 어렵지 않으냐는 표정을 지으며 실제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두 다 대북 핵정책에서 밀리고 있는 모습들이다.

    황장엽 씨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빅 딜을 해서 그들이 대북 지원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중국이 그렇게 할 것 같지가 않을뿐더러, 미국에 그 만한 빅 딜의 지렛대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결국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이란 말밖에는 할 수 없고, 그 이상 더 솔직하고 정직한 말이 없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은 “이렇게 해주면 북한이 긍정적으로 나와 주겠지” 하는 전제로 무엇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김정일은 무엇을 해 주어도 절대로 긍정적으로 나와 주지 않는다. 이 환상에서만 깨어나도 진일보 하는 것이다. 부시 초기의 강경책도, 그의 말기의 온건책도, 오바마 진영의 ‘있을 수 있는’ 장래의 직접대화 방식도,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엉거주춤 방식도 모두 다 김정일의 핵 폐기에 관한한 不姙일 것이다.

    이 不姙을 不姙이라고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꿈 깬 상태로 가는 첫 단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