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 60년 장기집권이 종막을 고할 모양이다. 원로 정치에 대한 세대적인 반란의 모습이 우선 두드러졌다. 할아버지가 만든 黨을 손자가 깨는 식이었다. 고루한 정치원로들과 고루한 관료들이 독식해온 만년 기득권 체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콘센서스가 이룩한 반란이었다.

  •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일부는 그래서 이것을 일본판 ‘노무현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들 반란군들이 새로운 집권자로 들어설 경우 그들의 개혁은 과연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가? 그들은 우선 ‘성장’보다는 ‘지원(aid)’을 약속했다.이것은 결국 세금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된다. 그럴 경우 일본 사회는 새로운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개혁대상인 관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脫관료 국민중심 정치'라는 캐치프레이즈는 奪權을 의미하기 문에, 빼앗기는 쪽에겐 죽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부기구 축소, 공기업 개혁도 칼은 뽑았지만, 칼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 죽게 된 쪽이 죽기 한사하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일본판 관료주의 혁파도 과연 순탄하게 진척될지 두고 볼 일이다.        

    보수적인 국가, 보수적인 리더십, 보수적인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는 일본이 드디어 같은 엘리트 진영 내부의 ‘비주류’에 의해 교체된다는 것은 그러나, 일본 현대사 60년의 한 획기적인 지각변동으로 기록될 만 하다. 거창한 談論 이전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舊'에 대한 厭症, 食傷, 권태, 매력 상실...같은 것이 단순한 정권교체 아닌, 선거를 통한 일종의 ‘사회학적 變亂’ 같은 것을 이룩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변화의 死角地帶였던 일본에서도 이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 역시 포스트 모던(post modern)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변화는 물론 한국 같은 민중주의나 좌익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 좌파(예컨대 日敎組)가 하고자 하던 바의 일부를, 非좌파적인 포스트 모던 세대가 非좌파적인 포스트 모던 방식으로 수행하는 양상은 어느 정도 나타나지 않을까?. 이른바 프라그마티슴(실용주의)의 이름으로.

    “야스쿠니 神社에 가지 않겠다” “미국과 보다 더 대등한 관계로...” "아시아 다른 나라와의 관계증진..."이라고 한 일본의 새 포스트 모던 세대가 과연 舊세력과 어떤 마찰과 타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집권 투쟁도 어려운 것이지만, 집권 이후의 갈등은 더 험란한 법이다. 더구나 일본은 소용돌이의 나라 한국이 아니다. 홍위병과 광장의 정치는 1950년대 末, 1960년대 初에 일본에서는 끝났다. 일본의 새 지도층이 미국 오바마 類의 21세기 선진국형 리모델링의 한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위로부터의 권위주의’도, ‘밑으로부터의 혁명’도 아닌, ‘옆으로부터의 개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