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행진은 북한을 자극하니 취소하라" 

    6.25전쟁 50주년 기념행사 때 있었던 일. 
     
     2000년 6월 연합뉴스는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 가운데 시가행진이나 당시 전투를 재연하는 행사는 취소된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올 6.25전쟁 기념일에는 북한에서 시가행진 등의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전해 우리도 시가행진과 전투再演 행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하였다. 이 관계자는 "오는 28일까지 치러지는 1차행사에 이미 16개국에서 1천여명의 참전용사들이 訪韓할 계획이어서 북한을 자극하는 시가행진 및 전투再演 행사를 제외한 나머지 행사들은 당초 계획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南侵의 책임을 김일성이 아니라 스탈린한테만 돌리는 말장난을 구사하였다. 전쟁의 원인이 南北분단에 있다고 함으로써 김일성의 직접 책임을 면해주려는 꼼수도 썼다.
     
     南侵을 당한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가 시가행진을 '북한을 자극하는 행사'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그때 이미 국군 지휘부의 머리와 심장에서 혼이 빠져나간 셈이다. 살인강도에게 아버지가 피살 당한 아들이 있다고 치자. 그가 제사를 올리려 하니 형사가 달려와서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제사를 지내면 살인강도를 자극하는 것이 되니 취소하라"
     
     이런 노예근성을 가진 인간들이 아직도 군복을 입고 있다면?
     
     지난 6월6일자 조선일보에 한국전쟁의 영웅 白善燁 장군(예비역 대장)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있었던 기가 막힌 反軍的 행위가 소개되어 있다. 질문자는 文甲植 기자이다.
     
     
      ―섭섭한 일이 많았던 모양이지요.
     
      "허허…. 가장 아쉬운 건 6·25 50주년인 2000년 6월입니다. 당시 제가 6·25 50주년 기념사업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수천 명의 UN 참전용사를 초청했습니다. 전쟁 때 큰 부상을 당한 용사들도 있었는데 그들을 크게 실망시킨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실망했습니까.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출발해 남대문~시청 앞까지 도보(徒步)로 행진하는 계획이 갑자기 취소된 겁니다.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이 나라가 이렇게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면 그분들이 얼마나 기뻐했겠습니까.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실망으로 바뀐 거죠."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요.
     
      "6·25 며칠 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남북정상회담을 했잖아요. 그 회담 직후 돌연 취소 지시가 내려온 거죠. 그때 비용도 엄청나게 들었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해외 참전 용사들 얼굴을 볼 낯이 없었습니다."
     
      ―백 장군이 2007년 현충일 기념식에 불참한 일도 있었지요.
     
      "2006년에 험한 일을 겪은 다음입니다.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서 기념식이 있었는데 대통령 주위로 삼부 요인과 정치인들이 앉아 있었고 그 뒤로 한미 연합사령관, 미 8군 사령관과 미군 장성들, 한국군 원로들이 있었지요. 그런데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정치인들하고만 악수를 하고 그냥 가버리는 거예요."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없었지요. 군 원로들과 미군 장성들의 당혹해하는 표정을 봤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6·25 참전 용사와는 손을 잡기 싫었다는 거겠죠."
     
      ―당시 기분이 어땠습니까.
     
      "말하기도 싫어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한국군 원로와는 악수를 안 해도 괜찮습니다. 싫은데 어떻게 손을 잡겠습니까. 그렇지만 미군 대표와는 그러면 안 되죠. 그 나라의 젊은이 4만명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습니다. 싫어도 예의를 표해야죠. (이왕우 중령은 "좌파정권 때 백 장군을 초청한 우리 군부대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월 2~3회씩 강연을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해 현충일 기념식에 불참했나요?
     
      "2008년 새 정부 출범 이후 갔지요. 처음부터 유심히 지켜봤는데 참모들이 무조건 전(前) 정권과 반대로 하라고 코치를 했는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