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극열 노조원들의 행태를 위악적으로 바라보기로 한다면, 스스로 기를 쓰고 회사가 망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굳이 "제발 그러지 마라, 그러다가 회사도 당신들도 다 망한다"고 만류하거나 타이르거나 막으려고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망하기로 작심을 한 사람들은 망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한 방법 아니냐는 것이다.

    하기야 극열 노조원들만 망하는 게 아니라 회사와 협력업체들과 그 가족까지 피해를 보는 것 때문에 뜻있는 사람들이 그토록 회사가 망할까 보아 끌탕을 하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또 위법 행위가 있으면 그것을 제압하고 처벌하는 게 정부의 소관사항이라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도 아니다. 그런 이치를 알면서도 회사의 존망을 볼모로 해서 전국민에 행패를 부리는 버릇에 대해 언제까지, 자녀를 납치범에 유괴당한 부모 같은 자세로 임해 주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다.

    도대체 지금 누구에게 공갈을 치고 생떼를 부리는 것인가? 망할 터면 망해볼 것이지, 지들이 망한다고 해서, 그래서 회사와 협력 업체들까지 피해를 본다고 해서, 다른 모든 국민들이 지들한테 무슨 빚을 졌다고 떨어야 하는가 말이다. 망할 짓만 골라서 하는 자는 당연히 망한다는 인과응보의 철칙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망하면 안 된다"며 불법 행위에 맨날 발목 잡혀 끌려가는 방식을 청산하는 게 어떨까 하는 것이다. 

    소말리아의 해적에게 밤낮 몸값을 지불해 주니까 저들은 아주 재미를 붙였었다. 그러다가 전세계가 "더는 용납 못한다"고 나서니까 기세가 꺾이고 있다. 뗑깡을 부리니까 해주더라...극한투쟁으로 나가니까 해 주더라...참 그 동안 버릇 잘못 드렸다. 이게 민주화는 아니다. 걸핏하면 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패를 지어 우우 몰려나가 점거, 농성, 시너, 새총, 화염병 짓거리를 하고, 주먹을 들었다 놓았다, 애도 어른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국민 모두가 이젠 아주 '街鬪 운동가' 풍조에 버릇이 들어 버렸다. 이게 민주화인가?

    매사엔 '어느 정도'라는 線이 있다. 떼를 쓰다가도 일정한 線에서 멈출 줄 아는 것이 진짜 생산적인 싸움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투쟁'에는 그런 線이 없어져 버렸다. 이게 잘되는 나라요 국민인지, 잘못 되는 나라요 국민인지, 심히 헷갈린다. 이 헷갈림을 벗어나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서라도, 망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망하도록 내버려 두어서 그 결과가 어떤지 본인들이 직접 한 번 맛보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