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경기도 평택경찰서에 마련된 쌍용차 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이탈 노조원 A(33)씨는 "이제 회사에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았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점거 파업이 시작된 지난 5월 22일부터 도장공장에 있었다는 A씨는 70일 넘게 버틴 파업을 접고 나온 이유에 대해 "교섭에 대한 실망감이 무엇보다 크다"고 했다. A씨는 "비용이 들지 않는 무급휴직 쪽은 많이 기대했는데 회사가 그마저 받아들이지 않을 줄 몰랐다"며 "교섭 결렬 후 단전까지 하는 것을 보고 사측이 (회사를) 살릴 맘이 없구나 싶어 자포자기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노조의 협상 능력에도 실망했다"며 "노조원들을 상대로 2차례 보고와 2차례 문건으로 교섭 내용을 알리면서 세부적으로 진전이 됐다고 기대감만 키웠다"고 말했다.

    3일 오전 도장공장을 빠져나왔다는 B(35)씨는 "아내와 가족이 걱정돼서 파업을 풀고 나왔다"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B씨는 "진작 나오고 싶었지만 협상이 진행 중이라 그럴 수 없었다"며 "어제 협상이 결렬된 뒤에는 아내가 전화를 걸어 울면서 욕을 다 하고 어머니도 일주일째 식사를 못 하고 있어 더는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섭 결렬 후 도장공장 분위기에 대해 "잠시 술렁였지만 곧 진정됐고 오히려 더 강경해진 듯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만에 100명 가량이 나왔다는데 앞으로는 이탈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교섭에 실망한 사람들은 거의 다 나왔고 가정사 등으로 나올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제는 죽는 한이 있어도 못 나간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나 2일 이탈한 C씨는 "교섭 결렬에 많이 실망한 분위기"라며 "앞으로 200명 가량은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창원공장 직원이라는 C씨는 "창원에서 온 조합원 중 120여명이 남아 있었는데 어제 상당수가 빠져나왔다"며 "최근 내부 조사에서 끝까지 남아서 투쟁하겠다는 사람이 400명에 못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는 "파업을 풀고 나오니 착잡하고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속 시원하다. 부디 남은 사람들이 안 다치고 무사히 나왔으면 좋겠다"며 남은 조합원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노사 협상 결렬 후 이탈자가 러시를 이뤘지만 여전히 500여명이 도장공장 안에 잔류하고 있다. 이들은 8시간 경계근무, 6시간 휴식을 반복하고 있으며 대부분 도장공장 2층과 3층 난간, 옥상에 자리잡고 있다는 게 이탈 노조원들의 설명이다. 2일 단전이 된 뒤에는 낮에도 불이 없으면 활동이 힘든 도장공장 내부에는 거의 머무르지 않고 복도 등 화재 위험이 덜한 곳에 촛불을 켜 놓고 생활하고 있다.

    공장 내부가 미로로 돼 있어 빠져나올 때는 공장 내부를 잘 아는 직원에게 도면을 그려달라고 해 가지고 나왔다는 노조원도 있었다. 노조원들은 "도장공장 단전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기가 끊기면 어쩔 수 없이 양초와 라이터 등을 써야 하는데 자칫 실수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 노조원 D씨는 "가장 걱정되는 일은 누가 욱하는 마음에 공장에 불이라도 지르는 것"이라며 "고립 70일이 넘으면서 심리상태가 불안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선무방송과 헬기 소리에 잠을 못 자니까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상황"이라며 "하루 종일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고 종일 땅만 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평택=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