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 이강래 의원, 박주선 의원이 입을 모아 박근혜 씨를 '기회주의자'라고 매도했다. 필자는 여기서 박근혜 씨가 정말 기회주의자인지 아닌지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이를 계기 삼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씨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두 진영이 원리 원칙 문제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양쪽으로부터 다 욕을 먹을 언행을 하는 것은 장사가 안 되는 것임이 드러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침 이슬論' '중도 강화론' '황석영 중용'으로 좌 쪽 일부의 환심을 사기는커녕, 좌우로부터 다 혹평을 받았다. 박근혜 씨 역시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이랬다 저랬다 말바꿈을 했다 해서 좌우로부터 다 비판을 받고 있다. 이건 무얼 말하는가? 한 마디로, 중간급도 하위급도 아닌 최고 지도급은 원리원칙에 투철하고 정직하게 말해야지, 말재주나 모호한 처신으로 양수겹장을 하려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집권자는 정책선택에 있어 치우침 아닌 센터(center)로 가야 한다는 것하고, 일관된 인격적 원칙의 견지자여야 한다는 것하고는 별개의 것이다. 그 둘을 섞어서 지도자는 카멜레온의 얼굴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클린턴 국무부 장관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일관된 원칙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을 '중도주의자' 이명박 대통령과 '신비주의자' 박근혜 씨는 과연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걱정한 "좌우 구분이 너무 심한 것' 그리고 박근혜 씨가 걱정한 '언론 다양성의 침해 우려'라는 것은 말 그 자체로서는 물론 할 수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예컨대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 간의 국회 깽판 사태만 보아도 이명박 정부 스스로 '중도'를 하려야 할 수 없었음을 웅변으로 실토한 것 아니고 무엇인가? 왜 이명박 대통령의 지론인 '중도적으로' 하지 않고 그렇게 기를 쓰고 강행처리를 했는가? 거기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까닭이 있었던 것 아닌가? 우리 사회의 좌 우 대립이 그렇게 심해진 것도 그와 마찬가지다.

     필자는 최고 통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어려움과, 최고 통치권자가 되려는 박근혜 씨의 어려움을 다 잘 헤아리고도 남는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바라게 되는 것은 그 분들이, 최고 지도자란 단순한 정치적인 자리이기 전에 온 국민의 師表 노릇을 하는 자리임을 인식했으면 하는 것이다. 師表란 무엇인가? 바로, 일관된 도덕적 인테그리티(integrity)를 보여 주는 역할이다. 이도 저도 다인 것 같으면서도 그 어느 것도 아닌 모호성의 기교는 하위 정객들이나 하는 것이지, '최고'는 그래선 안 된다. '최고'는 正徑大道를 뚜벅 뚜벅 걸어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씨가 이 말을 고깝게 듣지 말고 깊이 새겨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