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커트 캠벨 미국 동아태 차관보가 언급한 대북 '포괄적 패키지'案이 관심을 끈다. 북한 체제보장과 미-북 관계 정상화, 경제, 에너지 지원, 핵무기, 핵시설 폐기 및 국외반출 금지, 미사일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포괄적, 일괄 타결이란 본래 김대중의 지론이다. 북한이 바라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주고, 그 대신 이쪽이 바라는 것을 얻으라는 것이다. 김정일이 하도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 미국으로서도 이 꾀 저 꾀 궁리를 하고 골치를 썩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김대중이 말해온 일괄 타결 방식-캠벨의 포괄적 패키지와 김대중의 일괄 타결이 과연 똑같은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도 일단 생각해 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해 그래도 소용없다. 왜? 김정일의 요구에는 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자기들의 핵 폐기의 대가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폐기(소위 군축 주장), 주한 미 육해공군 완전 철수, 한미 동맹 폐기, 미북 평화협정 체결, 남북한에 대한 미국의 등거리 외교, 남북 연방제 등을 계속 줄줄이 들고 나올 것이다.

    캠벨의 포괄적 패키지는 김정일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부산을 향한 그의 南行을 수원이나 대전쯤에서 일단 정지한 상태에서 발가벗으라는 말로 들릴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안을 설령 의제로 채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따먹은 것으로 치고 또 새로운 추가 요구를 하나 하나 끝없이 들이밀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남조선 혁명'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무장해제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당연히 생각할 것이다. 캠벨이 염두에 두었음직한 수준의 포괄적 패키지로 만족해 할 만큼 김정일은 둔하지도 순진하지도 않다. 답답한 쪽은 미국이지 자기들이 아니라고 그는 생각할 터인데.

    김대중의 일괄 타결이라는 것도 결국은 남한의 무장해제를 초래하는 효과를 낼 뿐인 말이다. '일괄'이라는 게 대체 뭔가? 한 마디로 김정일이 원하는 것 '한 묶음'이란 뜻 아닌가? 다시 말해 '일괄=한미동맹 약화와 연방제 事前 조건 한 묶음'까지는 일단 가게 되는 것이다. 김정일에게는 그것이 물러설 수 없는 '최소한의 것 ' '기본적인(bottom line) 것'이다. 이것을 김대중이 뭐가 뭔지 모르게 모호하게 命名한 것이 다름 아닌 '일괄 타결'이라는 말이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신통한 방도가 없다는 것만 갈수록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부시도 못하고 오바마라고 해서 딱히 방도가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봉쇄정책, 제재, 우리의 전쟁 억지력 강화, 그리고 인권 문제의 쟁점화를 병행하면서 시간에 일임하는 차선밖엔 없을 듯하다. 일종의 고사작전이라고나 할까. 북한은 고립 속에서 사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했을 것이라 이 방법도 보증수표라 하긴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차선'이라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