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의 '분신정국'이 생각난다. 당시는 물론 권위주의 시대였기 때문에 국민적인 울분이라는 배경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신자살'이라는 극한적인 방식은 김지하 시인의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한 편의 신문 기고문으로 일시에 잦아들었다. 그 만큼 '분신자살'이 정치적인 항의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이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정치적인 항의'의 방편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후의 장례 정국은 그의 죽음을 정치적인 항의의 기폭제로 최대한 활용했다. 예컨대 방송 등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러던 차에 또 한 사람이 정치적인 항의의 표현을 자살이라는 모습으로 드러냈다. 당사자 자신도 자신의 자살이 항의의 표현임을 유서로 남겼고, 아마도 이후의 장례식 과정도 '정치 투쟁'의 양상을 동반할 것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유서'는 "살인마 이명박을 내치자"고 호소했다. 과연 그런가? 범죄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말 '살인'인가? 그리고 검찰수사를 '살인'으로 규정하고서 하느님을 모시는 목사님이 자살을 한다는 것이 과연 "오죽했으면..." 하고, 쉽게 고개 끄덕여질 수 있는 일일까?

    지금은 권위주의 시대도 아니다. 울분을 자결 이외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3년 정도 기다려서 선거로 승부를 가리려 하면 안 되는가?

    정치적인 항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왜 꼭 자살이어야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어는 여대생도  "노통과 함께 가겠다"며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유사한 자살이 자꾸만 잇따를 것만 같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이명박이 싫다. 그러니 자살"? 이명박 정부와 김대중의 반응이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말도 안 된다. 무언가 "아니다"라는 사회적 항체가 생겨나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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