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의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명박 대통령과 중앙아시아 순방 도중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이 국내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황영석씨는 발언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미국이나 유럽이나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위에서 파이를 키워 부스러기를 나눠줘 하부구조를 어떻게 하겠다고 한 게 보수라면, 진보는 분배와 평등이고 더 내놓으라는 것인데 지금은 전 세계가 비정규직, 청년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 생산관계가 바뀌어 (좌파가 견지하는) 고전적 이론 틀로는 설명이 안 된다. 아래서부터 파이를 키우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동조합 정도에서 멈춰 있다. 좌우를 가르는 게 우스워졌다.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타도나 민주화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선거에서 준비가 안 된 좌파, 우파 정권이 서로 줄 세우기를 하는 식으로 계속 갈 것이냐. 소모가 심하다”

    셋째, “지난 참여정부의 동북아론에 매몰되는 것을 탈피해 남북한을 포함한 몽골과 중앙아시아 등 알타이어권의 대연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자”

    아래로부터의 성장, 청년창업 확산과 일치

    즉,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을 넘어서 아래로부터 성장하여 자연스럽게 분배가 되는 새로운 경제체제 운영, 독재타도의 도그마에 빠져있는 진보좌파 진영에 대한 비판, 몽골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경제와 문화 영역의 대 확장 등등이다.

    이러한 황석영씨의 도발적 문제제기에 대해 진보좌파 언론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씨의 문제제기의 본질적 논의보다는 늘 그랬듯이 변절과 배신이라는 조폭성 공격에만 골몰하고 있다.

    물론 황석영씨가 지난 대선 직전 민주세력 대연합을 주장하며 사실 상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를 낙마시키고 민주당의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하여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는데 동참했던 부분은 그의 짦은 해명이라도 필요해 보인다. 바로 황석영씨가 참여한 비상시국회의의 발상이야말로 좌파와 우파, 독재와 반독재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후보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 자들은 거짓 민주화세력”이라고 공격했던 그의 발언은 지금 그가 주장하는 중도의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그러나 상상력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예술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정치적 현안에 대한 논의를 배제한다면, 황씨의 주장은 전문가들이 꼼꼼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황씨가 주장하는 아래로부터 파이를 키워야한다는 주장은 정확히 청년기업가들의 모임 실크로드CEO포럼이 실천하고 있는 청년창업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대기업을 키워서 다 먹여살리겠다는 구시대의 대기업 중심의 성장론이 위에서 파이를 키우는 방식이고, 대기업을 규제하여 분배를 강화하는 것이 파이를 떨궈주는 방식이었다. 반면 인터넷과 IT, 대중문화 등등에서 실크세대들의 새로운 창업붐을 일으켜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식이야말로 아래로부터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황석영씨가 청년창업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예술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한국사회의 나아갈 길을 제대로 본 것이다.

    또한 진보좌파 진영의 독재타도와 민주화운동의 관행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현재 진보좌파 진영은 모두 반MB 연대의 깃발을 들고 있다. 정확히 80년대 방식이다. 그러나 진보좌파 진영은 지난 10년 간 정권을 잡아 대한민국을 직접 운영한 바 있다. 이미 집권까지 해본 세력이 대안없이 오직 반 정부 투쟁만 일삼았을 때, 다음 대선에서 이념에 무관심한 제3의 국민들이 표를 주겠냐는 것이다. 설사 이명박 정부가 실패로 끝난다 하더라도 세계 10강 수준의 경제 강국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러한 딴지 세력을 지지할 리 없다. 황석영씨의 직언은 배신이 아니라 차라리 충언이다.

    아시아의 젊은 세대는 이미 연대를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몽골 등 중앙아시아와 코리아와의 연합론은 이미 젊은 실크세대 내에서는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년에 천 명 정도의 IT 자원봉사자들이 몽골과 중앙아시아에 나가 컴퓨터와 한국어, 그리고 문화를 자발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의 꿈을 받아들여 5년 간 10만명의 아시아 글로벌 리더 육성계획까지 발표하였다.

    반대로 몽골과 중앙아시아의 청년들이 한국에 유학하여, 모국으로 돌아가 IT창업을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서울대 경영학과 유학생 질소드 굴리트는 “모국에서 한국의 ‘별은 내가슴에’라는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오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리아와 중앙아시아의 젊은 실크세대들은 낡은 386세대의 정책과 관계없이 알아서 교류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정세로 봐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남북한의 벽이 허물어지면, 너무나 당연히 중국의 동북지역, 몽골, 중앙아시아가 거대한 경제권으로 묶일 수 있다.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은 러시아의 연해주까지 포함하여 이를 발해경제권 회복이라고 명명한 바도 있다.

    이러한 미래를 위한 황씨의 상상력에 대해 정략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변절과 배신만 외치고 있다 해서 흐르는 물결이 멈추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특히 386세대의 기득권 수호자인 진중권씨는 황씨의 발상을 “민족문학 한다고 북조선 넘나들더니, 이젠 민족의 단결을 넘어 몽골 인종주의, 알타이 종족주의 문학하려나 보다"라 비아냥거렸다. 중앙아시아와 몽골, 코리아 연합을 해봐야 유럽연합 수준 이상 가겠는가? 통일 독일이 유럽연합 창설을 주도한 거나, 남북 관계를 개선하여 몽골 코리아 연합하는 것과 무슨 큰 차이가 있다고 호들갑이냐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영원토록 영미식 서구사회의 지배만 받을 거라는 낡은 사대주의자의 수준 이하의 발언을 젊은 기자들은 대서특필해주는 언론 현실부터 바꿔내야 한다. 황석영씨의 발상이야말로 386 이하의 젊은 세대의 꿈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략에 물들은 낡은 386들의 사고 수준이 획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젊은 언론인들이라도, 황씨의 발언을 보다 더 진지하게 검토하고, 조폭 수준으로 이를 공격하는 386세대의 발언은 면밀히 판별하여 누락시켜버려야 한다.

    좌우 갈등이 깊어지면 이런 기반에서 성공 가도를 달린 386세대의 이익만 커질 뿐이다. 이제 젊은 기자들만이라도 좌우를 넘어 새로운 대안, 즉 블루오션 시장을 열어나가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