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할린 우리말 라디오방송'(중파 531Khz)이 재정난에 허덕이다 끝내 방송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1956년 설립된 이 방송은 일제시대 강제징용된 사할린 한인들의 친구로 사할린 현지에서 우리말과 민족혼을 이어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2004년 광복절에 개국한 '사할린 우리말 텔레비전방송'(KTV)마저 이달 말까지밖에 버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책이 요망된다.

    사할린 우리말방송국의 김춘자 국장은 7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라디오는 지난해 27일 마지막으로 방송을 했고, TV는 1월 말까지 시간을 줄여 프로그램을 내보내지만 2월부터는 운영비와 제작비가 고갈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할린 우리말방송국은 2005년 재정을 지원하던 '러시아 국영텔레비전 및 라디오공사'가 민영화되면서 재정을 자체 조달해 방송하도록 주문 받았고, 이후 여러 차례 방송 중단위기를 맞으면서도 현대홈쇼핑과 독지가들의 지원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김 국장은 "라디오와 TV를 계속 방송하려면 연간 1억 원 정도는 필요하다"며 "사할린 주 정부도 올해 2월부터 예산을 책정하려 했지만 경제 위기 때문에 이마저도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국에서도 많은 분이 십시일반으로 지원을 해줬고 이곳 한인사회도 힘을 보탰지만 재정난을 이겨내기란 역부족이었다"며 "지난 4년간 직원들은 방송을 지켜 한민족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보람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겨 내며 일해왔지만 더는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가을동화'를 내보내 사할린 전역에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KTV는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1세 노인에겐 한국어로 고국 소식을 전하는 유일한 통로였고, 2-3세에게는 한민족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였다. 김 국장은 "시간과 경비를 최대한 줄여 라디오와 TV 방송을 복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번 고국의 지원을 바란다"고 호소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