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사랑’을 비롯해 KBS ‘사미인곡’, SBS ‘인터뷰게임’ 등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2006년 이전만 해도 휴먼다큐는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KBS 장수프로그램인 ‘인간극장’을 제외하고는 특집으로 다뤄지는 등 단발성에 그쳤다.

    소시민이 보여주는 마음 따뜻한 감동 실화에 관심 커져

    그런데 지난 해 다큐멘터리로서는 드물게 MBC 휴먼다큐 ‘사랑-엄마의 약속’ 편이 13.3%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단발성에 그쳤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장기 기획으로 구성되었고, 공중파를 비롯해 케이블 방송 등 방송사들이 덩달아 휴먼다큐 프로그램을 신설하기 시작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다큐 프로그램들은 충무로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KBS ‘인간극장’에 소개된 바 있는 자폐증 환자 배형진군과 그의 어머니, 정신지체 1급 장애인 엄기봉과 그의 노모 이야기는 각각 영화 ‘말아톤’과 ‘맨발의 기봉이’로 각색됐다. 이밖에 ‘나의 결혼원정기’, ‘행복’ 등도 있다.

    왜 휴먼다큐 프로그램이 예전과 달리 다양한 매체에 영향을 주고 시청자 사랑까지 받게 되었을까. 그동안 드라마는 대개 비현실적이거나 자극적 내용으로, 예능프로그램도 연예인 신변잡기식의 방영이나 선정적인 노출 등을 위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양념 소재들을 다 뺀 진국 같은 휴먼다큐 프로그램을 원했다. 더욱이 경제는 어려워지고 사회가 점차 삭막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주위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이 보여주는 마음 따뜻해지는 감동 실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방송 소재도 다양해져

    한편, 방송 매체들이 앞다퉈 휴먼다큐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휴먼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소재도 변화와 함께 다양해졌다. 이전의 휴먼다큐멘터리는 대부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반면 요즘에는 가족을 중심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2006년부터 특집 형식으로 제작돼 지난 5월 그 세 번째 시리즈를 종영한 MBC 2008 휴먼다큐 ‘사랑’은 엄마의 모성애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위암 말기로 사형선고를 받은 엄마 안소봉씨는 딸의 돌잔치까지는 살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또 KBS ‘사미인곡’은 프로야구 마스코트 ‘턱돌이’ 이야기부터 영등포 강력계 형사, 강원도 산골 지역 유도부 이야기 등 우리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담았다. 이밖에 SBS ‘인터뷰게임’은 마이크 하나로 우리 주위에 있는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는 형식의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40년 전 첫사랑을 찾는 이야기’ ‘10년 전 나를 왕따시킨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하다’는 소재의 신선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우리 시대 미디어의 새로운 아이콘

    넘쳐나는 리얼리티 쇼, 버라이어티 오락 프로그램의 틈새에서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며 이목을 끌고 있는 장르, ‘휴먼 다큐멘터리’. 각박하고 어려운 사회에서 사람들은 무언가 희망을 찾고 싶었다. 그 희망을 휴먼 다큐멘터리가 찾아주면서 평균 한 자리 수 시청률에 불과하던 휴먼다큐 장르가 우리시대 새로운 미디어 아이콘으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