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9일 사설 <'역시 정치후진국' 입증한 17대 국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의에서 다룰 민생법안이 많지만 최대의 임무는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처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여야 의원 75명으로 구성된 ‘국회 FTA 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통합민주당 김명자 의원은 “한미 FTA 비준에 동의해 선진통상국가로 가는 길을 트는 것이 17대 국회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미국 대선 및 미 의회 정치일정을 보더라도 우리 국회의 비준 동의안 처리 시기는 이번 임시회의가 최선이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0년 만에 방일(訪日)한 후진타오 주석이 그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 추진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뿐 아니라 올가을에는 고위급 경제대화를 갖기로 하는 등 중일(中日)간의 ‘경열(經熱·경제교류 열기)’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한미 FTA를 발판으로 대중(對中), 대일(對日) 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한미 FTA 발효는 우리가 개방경제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다. 한미 FTA가 무산되면 그 자체의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한미동맹의 질적 발전도 제약을 받을 것이다. 또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 김정일 정권이 우리를 더 가볍게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국회는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광우병 괴담’에 춤추는 또 하나의 멍석처럼 돼버렸다. 국민을 설득하고 위민위국(爲民爲國)의 정치를 보여야 할 국회의원들이 촛불집회에 나선 15세 소녀와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쇠고기 청문회에서 괴담을 증폭시키는 데 앞장섰고, 어제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선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패키지처럼 간주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을 같은 레벨의 문제로 보는 것이라면 그 단견(短見)과 무지가 놀랍고 딱하다. 우리나라는 역시 정치후진국이다.

    헌법은 국회의원들에게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것’을 명하고 있다. 광우병 괴담에 휩쓸려 한미 FTA까지 떠내려 보내는 것이 국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는 태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