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 오피니언면 '시론'에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쓴 '개성관광 반대는 단견(短見)이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 12월 5일부터 현대 아산이 개성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날마다 남한 방문객 300여명이 버스를 타고 멀지 않은 개성을 간다. 얼마 전에 갔다 온 필자가 보기에 개성관광은 획기적인 일이다. 개성관광을 통해 남북한 관광 협력의 본질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성관광은 인간 교류가 거의 없어서 자연미밖에 보지 못하던 금강산 관광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당국자들은 방문객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비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버스 안에서의 촬영이 절대 금지된다. 방문객들이 남쪽으로 돌아갈 때 관광 중 찍은 사진을 한 장씩 검사한다. 휴대폰, 필름·카메라, 출판물 등을 가져가지 못한다. 방문객들을 감시하려 버스마다 북측 안내원들이 2명 내지 3명씩 동승한다. 버스가 가는 노선을 따라서 군인들이 배치돼 시민들을 경계하고 있다.

    그래도 개성 관광은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도시의 풍경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고려 유적들이 개성 시내에 위치하니까 버스 창문을 통해 생각보다 작은 시내 거의 전부를 볼 수 있다.

    남한 관광객들의 눈에 띄는 것은 주로 두 가지다. 하나는 개성을 방문하는 기회를 통해 북한이 얼마나 가까운지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남한 사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남한 주민들은 그들의 일상 생활과 아무 관계가 없는 북한을 멀고 먼 나라처럼 보는 경향이 생겼다. 그러나 광화문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한 방문객들은 출입국 절차에도 불구하고 10시쯤 개성 시내를 통과하다가 박연폭포에 도착한다. 이 지리적인 근접성을 느낀 남한 주민들은 북한 문제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인상은 북한의 경제적 낙후성과 빈곤이다. 차량이 거의 없는 거리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 창에 유리가 없는 살림집의 모습, 원시적인 기중기밖에 아무 기계가 없는 건설현장의 모습, 나무가 없는 민둥산의 모습을 다 볼 수 있다. "1960년대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처럼 보인다"는 말이 들리곤 한다.

    그러나 개성관광은 남한 사람에 주는 영향보다는 이북에 대한 영향이 더 클 것 같다. 북한 사람들은 멀리서도 키 크고 옷 좋은 남한 방문객들을 훔쳐볼 수 있다. 남한 관광객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빠짐 없이 공작원들이나 정치경찰인 보위부에서 심한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도 분석력을 가진 인간들이다. 그들은 매일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남조선이 미제(美帝)와 남조선 괴뢰도당의 폭압 아래 고생한다"는 선전 주장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의심을 어느 정도로 친구나 가족과 나눌 수 있다. 개성에서 남한 풍요에 대한 소문이 많이 돌기 시작할 것이다. 몇 달 지나면 개성 시민들 사이에 남한에선 중학교 선생 아줌마도 1500달러짜리 디카를 가지고 별 문제 없이 개성 시민 월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달러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소문이 나올 것이다.

    내가 자라난 1970년대 소련에서는 공식 매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서양 국가가 우리보다 훨씬 잘 산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우리가 이 같은 사실을 깨닫는 방법 중에 하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옷, 물건, 행동 등을 보는 것이다.

    요즘에 남한 국내외 보수파 및 인권보호 단체는 개성관광이나 개성공단과 같은 사업을 "이북 독재 정치를 연장시키는 사업"이라고 비판한다. 이것은 심각한 오판이다. 북한 독재의 기본 수단은 주민들의 고립과 무지(無知)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교류만큼 북에서의 변화를 촉진하는 방법이 없다. 북한의 경제 개방 및 정치 자유화를 바란다면 개성공단이나 개성관광과 같은 프로젝트를 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