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4일 사설 '워싱턴에 먼저 세워지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 동상 '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동상이 미국 워싱턴 아메리칸대 구내에 세워진다. 아메리칸대는 2010년까지 국제대학원 주변에 조성하는 한국식 정원 '코리안 가든' 안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겠다는 워싱턴 일대 한인들의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비용은 한인들이 부담한다. 동상이 들어설 자리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1943년 폴 더글러스 당시 아메리칸대 총장과 함께 심은 한국 벚꽃나무 4그루 중 3그루가 지금도 서 있다. 동상 곁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일생과 대한민국 건국사를 소개하는 터치스크린 시설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선 이승만 동상을 쉽게 볼 수 없다. 국회 본관 중앙홀과 이 대통령 사저 이화장에 있다지만 '건국 대통령'의 격에 걸맞은 동상은 아니다. 국회 동상은 제헌국회 초대 의장 이승만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세웠고, 이화장 동상은 1988년 건국 40주년 때 유족과 지지자들이 성금을 모아 만들었다. 둘 다 일반이 접근하기 어려워 동상의 존재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다.

    원래 사정이 이랬던 것은 아니다. 이승만 집권기에 서울 남산과 탑골공원에 동상이 세워졌다. 이승만의 집권기에 이승만 동상이 세워졌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소인배, 아첨꾼들의 비위 맞추기 소산이었다. 세워진 유래가 정상이 아니었던 이 동상들은 그래서 더 기구한 길을 걸었다. 4·19 뒤에 끌어내려져, 고물상을 전전하다 지금은 서울 명륜동의 어느 가정집 마당 구석에 방치돼 있다. 사후(死後) 이승만과 인연이 깊은 인하대와 배재대에 들어선 동상도 운동권 학생들에 의해 철거됐다.

    이승만만큼 훼예포폄(毁譽褒貶)이 하늘과 땅으로 갈리는 인물도 드물다. 건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양극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은 이승만이란 인간 자체의 빛과 그늘이 그만큼 선명하게 대비된다는 뜻인 동시에 그가 세웠던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이 그토록 험난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넉넉한 마음으로 독립운동가 이승만과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평가를 정리할 때가 됐다. 눈·비를 맞으며 이역을 떠돌던 30년 세월과 그가 대한민국을 세우고 이끌었던 1948년에서 1960년에 이르는 그 시대에 '가능했던 것'과 '불가능했던 것'이 무엇이었나를, 그 시대의 거울과 저울로 비춰보고 달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년 되는 해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후손들에게 자신의 허물은 민주화로 향한 교훈으로 삼도록 물려주었고, 또 자신의 업적은 그 위에서 건국 60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기틀로 남겨주었다. 조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세워지는 이승만 동상 소식을 들으며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다듬어야 할 필요를 거듭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