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5일 사설 '노무현 정권, 조용히 넘겨주고 산뜻하게 물러나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대선에서) 나와 정권이 심판 받은 것이지 정부의 모든 정책이 심판 받은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은 인수위에 성실하게 보고하되 냉정하고 당당하게 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인수위 정책 추진 과정이 다소 위압적이고 조급해 보인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도 "(새 정부의 교육 자율화로) 중등교육 평준화가 풍전등화 신세가 돼 있다. 이러다 교육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통령은 "토목공사 한 건으로 경제가 사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정도면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멀쩡한 경제인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하는지 납득을 못하겠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이명박 시대가 성공하길 바란다"면서도 연설 상당 부분을 당선자 비판에 할애했다.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권)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당선자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인수위의 고위직 인사 자제 요청을 묵살한 채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감사위원에 임명하고, 대통령의 사시 동기 모임 '8인회' 멤버인 변호사를 중앙선관위원에 내정했는가 하면 정권과 같은 소리를 내 온 언론계 인사들을 언론재단 임원진에 앉혔다.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김신일 교육부총리도 각각 새 정부의 금산 분리 재검토 공약과 대입 자율화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 총리실은 한 발 더 나아가 각 부처에 "인수위에 내는 업무보고서를 총리실에도 미리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각 부처로선 총리실의 '사전 검열'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정권 입장에선 새 정부가 국정 방향을 바꾸려는 게 불만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와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 사상 최대의 표차가 무슨 뜻이고 이 정권이 이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어떻게 정권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인가는 명백하다. 조용히 넘겨주고 산뜻하게 물러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