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를 ‘이명박 정부’라고 부르기로 한 것은 방향을 옳게 잡은 것이다. 참모들 사이에선 ‘실용정부’로 하자는 의견도 적잖았다고 한다. 문민(김영삼)·국민(김대중)·참여(노무현) 같은 ‘미사여구’ 관행을 이어가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독선적일 뿐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 선진국에선 부시 행정부, 사르코지 정부, 후쿠다 정부라고 부른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가 ‘실용정부’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다.

    전두환 정부가 제5공화국, 노태우 정부가 제6공화국이라 불린 것은 헌정체제가 급격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 이래 변화가 없으니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는 6공의 2기, 3기, 4기 정권이다. 그런데 전임자와 달리 정부 앞에 미사여구를 붙인 것은 김영삼 대통령부터다. 그는 양김 분열과 3당 합당으로 민주적 정통성에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래서 서둘러 문민이란 갑옷을 입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여야간·지역간 정권교체를 이뤘다. 그는 국민이란 표현으로 이를 과시하려 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라는 민주적 용어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코드 그룹, 그들만의 참여였다. 이들 3인 대통령은 부실과 갈등의 유산을 많이 남겼다. 문민·국민·참여란 용어가 정권을 잘못 만나 시련을 겪었다.

    대통령은 5년 동안 인격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붓는다. 5년의 통치는 자신의 총체적 인격 그 자체다. 대통령은 문민·국민·참여 같은 허장성세의 가면 뒤에 숨어선 안 된다. 가면을 벗고 이름 석 자가 적힌 맨 얼굴로 국민을 대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은 일종의 죽비다. 졸려는 자신을 이름으로 때려야 한다. 이름이 청사에 빛나려면 허식을 버리고 충직과 성실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름 석 자는 역사의 주홍글씨가 되고 말 것이다. 당선자는 ‘이명박’ 이름 석 자에 애국심을 걸어라. 그가 이름의 값어치를 지켜 내면 후임자들도 엄숙한 마음으로 정부 앞에 제 이름을 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