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2008년 첫 업무는 `노 홀리데이(No Holiday)' 원칙에 따라 법정공휴일인 1일 시작됐다.

    새해 업무개시를 알리는 시무식은 이명박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1시에 열렸으나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에서는 오전 일찍부터 분과위별로 회의가 열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 당선인도 국립현충원 참배와 한나라당 단배식에 참석한 뒤 일찌감치 인수위를 찾아 근무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고 시무식에 참석한 뒤 구내식당에서 떡국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등 신년부터 부지런함을 과시했다.

    그는 특히 시무식 연설에서 인수위 직원들에게 "소아병적인 발상을 버리라"며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 약 50일간의 인수위 활동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소아병적인 발상 안돼" = 인수위와 당선인 비서실 직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무식에서 이 당선인의 연설 테마는 `기강확립'이었다. 

    연설의 첫 대목은 첫해맞이 소감, 끝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었으나 이 당선인은 20여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시종 엄숙한 표정으로 직원들의 철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먼저 "어느 소속에서 왔든 과거 경력이 어떻든 인수위원, 전문위원, 자문위원이 돼서 이 자리에 함께 한 여러분은 나 자신, 소속 기관보다는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두 달 동안 자신을 버려라"며 자기희생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정부부처 파견 직원들에 대해 "내 부처의 이해를 설득시키기 위한 대표로 나왔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면서 자기 부처의 이해가 잘 (반영)되지 않으면 돌아가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내가 잘 안되면 언론에 흘려서 기사가 나오게 하는 이런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당선인은 또 "가장 능력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모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뚜렷한 열정과 목표의식을 가진다면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인수위에 이름만 걸치면 다음에 가는 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소아병적, 이기적 발상으로는 큰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한 발상전환 필요" = 이 당선인은 그러면서 "여기에 필요한 것은 몇백명이 모이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생각이 먼저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당선인은 미국,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의 변화와 후진국들의 폐단을 소개했다. 그는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10년 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 준비를 갖춰 나타났다. 중국은 얼마 후면 미국보다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각각 평가한 뒤 "우리는 허구헌날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가 됐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지금부터 제대로 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지난 1980년대 경제불황을 겪던 미국의 한 업체가 직원들이 쓸데없이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장실 문의 위, 아래를 잘랐다는 일화를 소개한 뒤 "여러분은 정초에 여기서 왜 만났느냐. 적당히 하루를 보내려면 하루 쉰 것만 못하다"며 업무집중을 독려했다. 

    그는 이어 "내가 기초질서와 법을 지키라고 말하면서도 부끄럽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말하면서 `삼류다'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후진국가, 독재국가에는 `어떻게 하자'는 식의 거리현수막이 많은데 다음 정부 1년 정도 지나면 빌딩앞에 그런 벽보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이밖에 "소위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고들 말은 많이 하고 문서도 그렇게 만드는데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서 "지금부터 여러분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여러분이 만드는 서류에 정신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脫권위주의' 시무식 = 이날 시무식은 다소 `무거운' 연설로 인해 엄숙한 가운데 진행됐으나 이 당선인이 강조하는 `탈(脫) 권위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당초 시무식장 연단에는 당선인과 위원장 등의 좌석이 마련됐으나 이 당선인은 미리 행사장을 둘러본 뒤 "의자를 치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시무식장이 좁아 일부 직원들이 뒤쪽에 엉거주춤 서있는 모습을 본 뒤 "내가 뒤로 좀 가서 하겠다. 또 줄서지 말고 앞으로 좀 나오고 옆에도 자유롭게 서세요"라면서 "아예 내가 안으로 들어갈까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당선인은 연설 후 분위기가 딱딱해지자 "정초부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서 미안하다"면서 "직원들을 행사장 양쪽으로 갈라서게 한 뒤 서로 신년인사를 할 수 있도록 `진행자'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행사에 앞서 `무자년(戊子年)'을 맞아 쥐띠 여직원 2명이 당선인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