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노조총연맹 위원장이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자체 6급 공무원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려면 행정직은 시장·군수에게 5000만원을, 기술직은 1억5000만원을 줘야 하는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전군표 전 국세청장 등중앙 공직자들의 부정비리 사건으로 온 나라가 경천동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자체장들의 뇌물수수가 망국의 병으로 자리 잡고 있어 안타깝다.

    일부 지자체장이 공무원들을 돈줄로 이용한다는 것은 그동안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나 현실로 밝혀짐에 따라 풀뿌리 민주주의가 조종을 울리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심지어 기능직 자리까지도 파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 비리로 구속되는 지자체장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지난 6월 울주 군수가 6급 건축행정계장을 5급 사무관으로 승진시켜 주면서 1억3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전남 해남군수도 지난 6월 부하 직원 7명에게서 1억2000만원의 승진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일이 특정 지역에만 있다고 볼 수가 없다. 공무원 인사에서 전국적으로 돈의 지배가 관례화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성균관대 이명석 교수가 지방 공무원 699명을 조사했더니 49%가 “승진에 돈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14.8%는 1000만~2000만원, 14.2%는 2000만~3000만원, 10.4%는 3000만~5000만원, 3.6%는 5000만원을 줘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의 인사 비리는 지역을 붕괴시키는 독버섯이다. 시장·군수에게 돈 바치고 승진한 공무원은 어디서 그런 거액을 준비했겠는가. 박봉을 아껴 저축한 자기 돈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인·허가 대가로 챙긴 목돈, 민원인들의 부당한 청탁을 들어주고 받은 뇌물, 관내 업자들과 유착해서 받은 떡값 등일 것이다.

    무능한 공무원들이 이렇게 돈을 무기로 승진하면, 유능한 공무원들도 열심히 일을 하기보다는 부패 유혹에 빠질 것이다. 결국 지자체는 속으로 곪고 터지고, 행정은 복마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돈 받고 승진시켜 준 시장·군수를 탓하기 전에 그들을 풀뿌리 민주주의의 책임자로 뽑은 유권자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지자체장들을 전문성이나 능력, 도덕성을 잣대로 뽑았는가를. 아직도 일부 지역의 단체장 선거에서는 돈 선거가 횡행하고 있다. 돈 선거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돈으로 당선된 일부 단체장들은 재임 중 다음 선거를 위해 ‘돈 승진’을 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을 역류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지방행정이 매관매직이라는 부패의 꼬리표를 계속 달고 가야하겠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

    행정자치부는 감사의 한계, 국가청렴위원회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손 놓고 있었다고 한다. 두 기관과 감사원은 서둘러 지자체 인사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방만한 감시·통제를 틈타 지자체가 썩어 가는 것이다.

    차기 정부는 지자체의 인사 비리 양산(量産) 구조를 수술해야 한다. 지방공무원 채용 및 승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사무관 승진시험 (5배수 범위내)을 부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 공직사회에는 인맥과 학맥이 크게 작용해 내부 감시가 소홀하고 의회와 지방 언론 등의 감시·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뇌물 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당사자 간 악어와 악어새처럼 이해(利害)가 일치해 적발도 힘들다.

    지자체의 인사나 감사 위원회 활성화와 같은 지자체의 자체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단체, 지방언론들이 중심이 되어서 향후 돈 많이 쓰는 단체장의 낙선운동 등 ‘지자체 바로 세우기’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