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승리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가는 데서 온다. - 영화 <배트맨 & 로빈> 중에서

    금년 대통령 선거가 대단히 유동적이고 복잡한 것 같아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김대중 정권 이래의 현 여권 10년을 끝장내야 한다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정서이고, 따라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심판의 차원에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은 ‘이명박으로의 정권 교체론’과 ‘박근혜로의 정권 교체론’이 맞붙은 일전이었다. 한나라당은 8월 20일 전당대회에서 ‘이명박으로의 정권 교체론’을 최종 승인하였으며, 이회창 씨가 출마하기 전까지 이명박 후보는 60% 내외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정권 연장’을 포기하지 않은 여권은 노무현 정권 아래서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간판으로는 대선에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리 찢고 저리 붙이고 하면서 ‘도로 열린우리당’을 만들더니만, 이제는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한나라당의 필승 카드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인물들을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한때 있었다. 고건, 정운찬, 손학규에 이어 문국현까지 대입해 보았지만, 한나라당의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임이 드러나자 ‘구관이 명관’이라고 정동영 씨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바 있다.

    정동영 후보의 선출은 여권의 텃밭인 호남이라도 지키고 이를 통해 ‘서부 벨트’를 복원하려는 의지의 표출로서 최악의 경우 야당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대체로 인물론이라는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여권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 핵심들이 구상하는 것은, ① 최소한 여권 통합을 이루어내고, ②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대대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하며, ③ 보수 진영의 분열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권의 전략이 제대로 먹힐지는 미지수이다. 여권 통합은 합의 문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재협상론이 나오고 있고, 지역주의 회귀 라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있다. 또 이명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는 ‘학습 효과’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회창 씨의 출마는 오히려 여권 후보들을 다 합쳐도 3위로 밀어냄으로써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다만, 여권이 마지막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이회창 씨가 이명박 후보와 표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경우일 것이다. 이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무망해 보이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닌 구상이다. 이회창 씨의 출마를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의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이회창 씨의 출마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선발된 대표 선수를 갈아엎겠다는 쿠데타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으로의 정권 교체론’과 ‘이회창으로의 정권 교체론’이 싸우는 동안 여권이 통합을 이루어내고 전열을 정비한다면 싸움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이회창 씨는 자칫 ‘역사의 죄인’이 될 수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합법적인 선발전에 참여했다 아쉽게 2위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표가 합법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이명박으로의 정권 교체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것이 밑바닥까지 확산되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가 중원에서 좌우를 폭넓게 공략하는 틈을 이용해 이회창 씨가 오른쪽 끝에서부터 야금야금 진입해 들어오려는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회창 씨가 참 나쁘다고 하는 것은 이런 이회창 씨의 전략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중원을 더 깊게 공략하지 못하고 오른쪽 끝을 향하여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의 이탈을 초래하는 상황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보수 진영으로서는 합법적인 대표 선수에게 힘을 몰아주고 불법 후보에 대하여 사퇴를 종용하는 수밖에 없다. 설령 이회창 씨가 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 두 아들이 군대 가지 않은 사실이 바뀌지도 않았고, ‘차떼기’의 악명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이회창 씨의 출마는 보수 진영을 망신시키고, ‘정권 교체’라는 국민적인 여망에 찬물을 끼얹으며, 한국 정치의 진보를 가로막는 반역이다. 바깥이 춥다고 했는데, 하루빨리 안으로 들어오기를 바란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