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출마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 전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전 총재 출마로 대선지형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3등으로 밀려난 정 후보로선 고민이 크다. 41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의 대선정국을 정 후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사실상 정 후보가 던질 수 있는 카드는 몇 개 없다. 몇 안 되는 카드도 이미 상대 진영에 노출된 상황이라 정 후보가 역전극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정 후보는 자신보다 힘센 두 명의 상대와 맞서야 한다. 자칫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 전 총재의 싸움에 가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 후보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최근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지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을 등에 업는 것이 선거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정 후보는 가급적 노 대통령을 숨기려 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질문이 나오면 "노 대통령은 이번 12월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서 답변을 이어간다.

    그는 6일 열린 통합신당 워크숍 자리에선 2002년 대선 뒤 민주당 분당 사태를 "반성한다"고도 했다. "정권은 당이 만들었는데 대선 끝난 다음날 당은 찬밥이 됐다. 당은 끈 떨어진 매가 됐다. 나는 이것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면서 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정 후보는 노 대통령을 멀리했다.

    자신의 대선 전략을 말하면서 그는 "대통령이 되면 참여정부와는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고 파고들겠다"고 했고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묻자 "노 대통령은 12월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참여정부 책임으로 부터 도망칠 생각은 없지만 대선에 승리한다면 노무현 정부와 다른 정부, 다른 정신을 갖고 정부를 조직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참여정부가 가장 잘못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정 후보는 "주가지수, 수출, GDP는 먹고사는 것과는 먼 얘기"라면서 "현장에서 좀 더 섬세하게 보살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노 대통령과 현 정부는 경제정책 실패 비판이 쏟아질 때마다 주가지수와 수출, GDP 등을 예로 들며 반박해 왔다. 정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차기 정부를 "통합의 정부라 명하겠다"고 주장한 뒤 "물론 참여정부도 처음 국민통합이란 가치를 내걸었지만 지난 5년을 돌이켜 볼 때 초기에 내걸었던 목표에 부합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며 현 정부를 저평가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 대통령이 북한 개혁·개방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정 후보는 "나는 노 대통령과 생각이 좀 다르다"면서 "(노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개혁개방은 이미 보편화 된 가치중립적 용어란 점을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고 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바꾸겠다"며 각을 세웠다.

    특히 언론정책의 경우 "이 정부가 언론과의 불화 때문에 국민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면서 "외교부 청사 바닥에 앉은 후배 기자들을 보면서 모멸감을 느꼈다"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언론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 자유롭게 정부에 접근해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되도록 문을 활짝 열겠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선거가 여당 대 야당의 선거인지, 지난 5년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인지 궁금하다'는 패널의 질문에 "어제까지는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적 성격이 컸지만 11월 7일 부터는 진짜 대선이 시작됐고 앞으로 5년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