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9월 13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20』은 일부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방향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대단히 유용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창군 이후 병력 위주로 유지되어 왔던 군 구조를 무기체계 중심의 첨단정예군으로 바꾼다는 것이 『국방개혁 2020』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창군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병력 감축과 함께 군의 골격과 작전개념을 전환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국방개혁 2020』 발표 이후 2년 동안 우리의 안보환경에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은 미사일 실험과 핵 실험을 단행했다. 남북한이 두 번의 정상회담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를 포함한 긴장 완화의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재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탈냉전에 이후 훨씬 복잡해진 위협 요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동맹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3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안보환경의 변화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했던 당시 가정했던 가장 중요한 사항들이 변화된 것으로 『국방개혁 2020』의 적합성과 시의성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개혁 2020』의 내용을 재평가하고 상당 부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문제점은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 북한은 『국방개혁 2020』의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7월 7발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여 자신의 미사일 능력과 함께 미사일 공격 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였다. 또한 2005년부터 계속 시험 발사되고 있는 KN-02 단거리 미사일 또한 중대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KN-02 미사일은 120km의 사정거리를 갖고 있어 서울을 포함한 남한 북부지역의 모든 군사시설이 표적이 되고 있다. 2012년경 북한은 이 미사일을 150∼250발 정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북한은 2006년 10월 핵 실험을 단행함으로써 군사전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북한의 핵 실험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전 지역의 안보체제에 큰 파장을 가져다주었다. 이에 따라 이제까지 한반도에서 유지되어 왔던 남북한 사이의 안보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여 향후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균형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일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초래된 것이다. 이처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군사력 강화는 우리의 일방적인 군사력 감축에 대한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를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변화 중인 한미동맹은 『국방개혁 2020』의 위험성을 더욱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부에 들어와 한미동맹은 북한에 대한 전략의 불일치로 인하여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양국 정부가 교체되는 향후 2년 동안 한미동맹에 대해 출발점부터 재검토하는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미국 국방부 산하의 국방분석연구소(IDA)와 국방대학의 국가전략연구소(INSS)를 중심으로 작성돼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이 회람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2007년 10월 26일, 조선일보)

    이 보고서는 이제까지 유지되어왔던 한미동맹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금년 2월 한미 양국이 2012년까지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이양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또한 현재 미군의 가용 정도와 분쟁 지역에 대한 미군 투입 능력(전시증원능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수 있는 미군의 규모가 대폭 감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전시증원병력에 여전히 의존하는 것을 전제로 작성되었던 『국방개혁 2020』의 수정이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갈수록 심화되는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 또한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들어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2007년 중국의 국방비는 전년 대비 18.4%가 늘어난 122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06년 일본 국방비인 411억 달러에 비해 3배에 달하는 놀라운 액수이다. 중국은 이처럼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여 해군 및 공군력과 전략미사일을 집중 증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동북공정(東北工程), 북한 문제 개입, 대륙붕 자원 분쟁 등에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로 이어져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일본도 북한의 핵 실험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빌미로 해군과 공군력의 첨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6년 말 방위청을 방위성(防衛省)으로 승격시킨 일본은 내년 봄까지 총 6척의 이지즈함을 보유할 예정이다. 또한 2010년경에는 완벽한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세계 최강의 F-22 전투기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독도 문제와 대륙붕 자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역부족인 우리만의 군사력 감축은 불투명한 역내 안보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국방개혁 2020』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한 예산은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랜드(RAND)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회계연도 특히 초기 회계연도에서 예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후의 모든 회계연도에 영향을 주어 역효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006년과 2007년의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국방개혁 2020』에서 계획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방개혁 2020』에서 계획했던 2006년의 국방예산은 22조 8천 600억 원이었으나 실제로는 22조 5100억 원이 배정되어 1.5%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의 경우 25조 1000억 원 계획에 24조 4900억 원이 배정되어 2.4%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의 경우에도 9.9% 증액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9% 증액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이러한 부족분이 누적될 경우 2020년까지의 계획예산인 621조 원에 비해 무려 15조 원이나 부족한 606조 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큰 문제가 예상되고 있다.

    국방개혁의 목적은 군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따라서 국방개혁은 평시관리가 아니라 전투작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야 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들은 『국방개혁 2020』이 다양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군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는데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국방개혁 2020』은 재평가를 통해 수정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