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뒤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50% 후반대의 지지율을 기록, 독주체제를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박근혜 전 대표 지지층을 흡수하며 여권주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있는 추세다. 1년 가까이 지속된 이 후보의 선두질주로 '남북정상회담' '검증공세' '여권 후보 결정' 등 예상되는 지지율 변수 역시 힘을 잃고 있다.

    이 후보는 추석 연휴 이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최저 54.1%(조선일보, 9월 26일∼27일 조사), 최고 59.4%(KBS, 9월 27일∼29일 조사)의 지지율을 나타내며 여전히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는 여권주자들을 크게 따돌렸다. 이 후보는 SBS 조사(9월 27일∼29일 조사)에서는 55.2%, YTN 조사(9월 27일 조사)에서는 56.2%의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추석을 기점으로 경합을 벌이던 박 전 대표와 격차를 점차 벌이며 '대세론'을 확산시켰던 이 후보는 대선을 석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된 이번 추석민심에서도 '초강세'임을 확인했다. 특히 각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50% 후반대의 지지율은 지난해 같은 시기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합계와 거의 일치한 수치로, 박 전 대표 지지층을 상당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2006년 추석 무렵 KBS 조사(10월 2일)에 따르면 이 후보는 26.7%, 박 전 대표는 25.7%의 지지율로 선두를 다퉜으며 한국일보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28.1%로 박 전 대표(25.6%)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였었다. 당시 두 주자의 지지율 합계는 KBS 52.4%, 한국일보 53.7%였다.

    또 조선일보가 지난해 9월 28일부터 사흘간 조사한 지지율 결과에서는 이 후보가 25.1%, 박 전 대표가 20.5%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조사(2006년 9월 29일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24.0%, 박 전 대표는 22.0%를 기록했으며 중앙일보 조사(2006년 10월 2일 발표)에 따르면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27%의 지지율로 동률을 이뤘다. 당시 잠재적 여권주자로 꼽히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20%대를 오가는 지지율로 3위를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지지층과 더불어 일부 부동층 흡수에도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이 후보의 고공행진은 10월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혔던 '3대 변수'마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게 한다. 2일부터 시작하는 남북정상회담,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통한 '검증공세',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이후 여권후보 결정 등이 그나마 이 후보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론조사기관 여의도리서치 안충섭 대표는 예상되는 변수가 이 후보의 대세론에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 대표는 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도 경선 투표율이 20%대에 그칠 정도로 여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 "범여권역시 경선과정을 거치며 '반(反) MB' 모티브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추석 이후에도 이어진 이 후보의 '초강세' 배경을 분석했다.

    남북정상회담 역시 "대선정국에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 대표는 내다봤다. 그는 "과거 북한에 대한 불안감과 신비감이 혼재됐을 당시에는 국민적 관심이 높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많은 교류가 생기면서 이러한 관심이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안 대표는 "절반 이상 응답자가 '도덕성이 문제가 되더라도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최근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며 "과거 정권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차기 정권에서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가 지금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국감을 통해 여권이 '이명박 때리기'에 집중하더라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