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범여권 안팎에선 남북 정상회담 성사 못지않게 경선 이후의 한나라당 상황에 대한 말들이 부쩍 잦아졌다. 한나라당 경선이 임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점은 한나라당이 경선 이후 ‘쪼개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데 모아져 있다. 어떤 상황으로 쪼개지느냐에서부터, 쪼개질 경우엔 이탈 세력을 어떻게 흡수할 지 등 온갖 상황이 다 화두다. ·

    범여권에선 한나라당이 쪼개지는 상황을 전면 배제하지 않고 있는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특히 범여권의 모 의원은 “99.9% 한나라당은 쪼개진다”고 확신한다. 또 다른 범여권 관계자들은 한나라당 경선 자체의 무효 가능성도 언급하면서 범여권의 대선구도에 미칠 영향까지 언급한다.

    범여권 안팎의 이런 기저에는 예상치 못한 한나라당 내 상황 변수가 막판 대선 구도를 흔들 중대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범여권은 현재 남북 정상회담이란 ‘호기’를 놓고 나름의 전략 계산에 분주한 모양새다.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 몰이를 시작으로 일단 정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올 연말 대선 때까지 범여권에 붙잡아 두겠다는 것. 시간표 상으로도 별반 큰 이슈만 터지지 않는다면 범여권의 흐름으로 대선 정국의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속셈이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남과 동시에 이달 말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뒤이은 9월 중순부터는 범여권의 국민경선제 돌입, 국민경선 과정에서의 지역 순회를 통해 추석 연휴 차례상에 범여권 움직임을 화두로 올리고 그 여세를 막판 대선 당일까지 몰아가겠다는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내 상황 변화가 일 경우,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없는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등 범여권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미칠 것일이라는 관측이다. 범여권 대선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서부터, 중도통합민주당의 단일 경선 리그 분위기가 확고한 상황에서 향후 범여권 후보단일화 문제에까지 직간접적으로 범여권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범여권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한나라당 상황이 극격히 변한다면 아무래도 한나라당 ‘경력’(?)을 가진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로의 ‘쏠림새’가 더욱 심하게 일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아울러 한나라당 상황 변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될 경우엔 올 연말 대선구도도 1:1 단일대결 구도가 아닌 다자간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무시할 상황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따라서 명확한 전선 구도 확립을 통한 1:1 대결구도를 형성해도 표 대결에서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의 범여권으로선 자칫 한나라당 상황변화가 이를 더욱 어렵게 하면서 혼란 양상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가령, 대통합민주신당을 중심으로 한 후보와, 참여정부평가포럼 등 일부 친노(親盧) 인사를 중심으로 한 영남 후보, 중도통합민주당의 ‘반노 비한’ 후보, 게다가 국민중심당과 한나라당 이탈 세력이 형성하는 충청권 후보 등 다자구도의 대선이 될 지도 모른다는 판단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 막판 이들간의 단일화를 놓고 또다시 지금의 범여권 대통합 작업과 같은 '산통'을 다시 한번 치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합만 되면 모든게 다 될 듯 ‘대통합’에만 매달렸던 범여권이 남북 정상회담, 한나라당 경선 등이 다가오면서 가능성 있는 모든 변수를 놓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이같은 흐름이 범여권에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