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 모두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를 떼 버린듯 9일 대전에서 정면충돌했다. 그간 두 주자가 그간 보여준 신경전은 비할 바가 못 됐다. 이날 대전에서 열린 대전·충남지역 합동연설회장에서 만난 두 주자는 작심하고 서로를 공격했다.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두 주자의 정면충돌은 연설회 전 부터 예고됐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연설회 직전 당 지도부가 마련한 긴급회의장. 먼저 도착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고개를 돌렸다. 박 전 대표는 자리에 앉으면서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지만 맨 가장 자리에 앉아있는 이 전 시장에게는 악수를 권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이 언짢은 듯 "악수나 합시다"라며 손을 내밀자 박 전 대표도 "네"라고만 답했다. 이렇게 헤어진 두 주자는 연설회장에서 작정하고 충돌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박 전 대표는 전날 캠프가 제기한 '이명박 캠프-국정원 내통설'을 직접 꺼내 이 전 시장 캠프를 '제2의 김대업'으로 몰았다.

    연단에서 이런 박 전 대표의 연설을 지켜보던 이 전 시장의 표정은 굳었고 급기야 그는 고개를 돌렸다. 박 전 대표는 아랑곳 않고 목소리를 키웠다. 이 전 시장의 대표공약을 싸잡아 비난했고 연설회장이 대전인 점을 겨냥해 그가 과거 행정중심복합도시법에 반대하며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싶다'는 발언을 직접 꺼내 비판했다.

    이런 박 전 대표에 이 전 시장도 화가 단단히 났다. 마이크를 잡자 마자 이 전 시장은 "아이고~ 박근혜 후보님 그 부드럽던 모습은 어디가고 그렇게 독해졌습니까?"라며 받아쳤다. 사전에 준비한 연설원고에는 없던 발언이었다. 이 전 시장은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걱정이 많습니다"라고 비꼬았다.

    이 전 시장의 이런 발언에 박 전 대표는 고개를 돌렸다. 이 전 시장 역시 박 전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박 전 대표의 계속되는 공격에 "이제 음해공작이 지겹지 않나.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고 따졌고 남을 헐뜯고 끌어내리는 3류정치는 21세기에서 끊어야한다"면서 박 전 대표 진영의 공세를 '3류정치'로 폄하했다. 수위높은 공격을 주고받은 두 주자는 서로의 연설 뒤 악수를 나눴지만 연설회가 끝난 뒤에는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두 주자의 연설에 양 진영 모두 '세게 부딪쳤다'는 평을 내놨고 양측 모두 상대후보를 맹비난했다.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의 연설에 "군대 동원 발언 같은 것은 허위사실로 당원들을 선동한 것"이라며 "급한 것은 알겠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 같은 당 내에서 제발 좀 그만하자…"고 했고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왜 이리 독해졌습니까."라는 발언을 지적하며 "망발을 취소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설회장에서는 두 주자의 연설을 두고 "갈 데까지 갔다"는 말들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