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범여권 대선주자로서의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종전까지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던 범여권 대통합 작업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

    손 전 지사는 제2차 민심대장정을 마친 직후인 23일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 전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직후 그는 박상천 김한길 중도통합민주당 공동대표와 연이은 비공개 회동을 갖고 대통합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박 대표에게는 “대통합의 대의를 위해 작은 차이를 뛰어넘어 크게 결단해 대통합이 완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김 대표를 만나서는 중도통합민주당이 대통합 신당에 완전하게 참여함으로써 대통합이 완결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독자 세력 구축에 역량을 쏟아부으며 범여권과 거리두기를 해 왔던 종전의 입장에 전략적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인데, 범여권이 본격 경선을 앞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한나라당 탈당 꼬리표와 민주개혁세력 진영의 ‘적통성’ 시비에서 손 전 지시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본격적인 범여권 경선을 앞두고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범여권 주자로서 ‘안착’해야 하는 것이 손 전 지사 입장에선 선결과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손 전 지사의 이같은 행보는 범여권 내에서 제기되는, 일종의 ‘무임승차론’을 불식시키면서 동시에 범여권 주자로서의 안착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범여권 주자로서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범여권 내 타 주자 진영에선 최근 손 전 지사에 대한 ‘적통성’ 문제나 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의 ‘부재론’ 등의 집중견제가 먹혀 들어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최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도에선 28.1%로 강세를 보였지만 범여권의 절대적 지지층인 호남 지역에선 지난 6월 조사때의 28.9%에 비해 10.6%P 하락한 18.3%를 기록하며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정 전 의장은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선 손 전 지사에 이어 10.5%로 2위를 차지했지만, 광주·전남·북 지역에선 지난 6월 때(14.7%)보다 10.1%P 상승한 24.8%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2일 실시된 문화일보 조사,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

    손 전 지사에 대한 범여권의 집중 견제가 범여권의 절대 지지기반인 호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장측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만나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일단 범여권 내 타 주자진영에선 손 전 지사를 겨냥한 ‘적통성’ 시비를, 범여권 내 경선과 맞물려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인데 이럴 경우 손 전 지사의 범여권 안착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맞물려 손 전 지사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범여권 대통합은 국민대통합이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바는 국민대통합”이라면서 “한나라당에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고 본다”며 향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점도 귀추가 주목된다.

    시간상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는 내달 19일 이후, 범여권의 경선이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시점이므로 ‘국민대통합’이라는 키워드로 한나라당내 개혁세력으로까지 세를 확산시켜 ‘대세론 몰이’로 적통성 시비를 돌파하려는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