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이명박·박근혜 두 한나라당 내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정당사 최초로 진행된 ‘국민검증청문회’에 대해 범여권은 의미 축소에 혈안이었다. 그러면서도 속내에선 ‘착잡함’이 묻어져 나왔다. 5년전과 비교할 때 격세지감마저 느낀다는 것.

    윤호중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검증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 기자실을 찾아 "후보자 맷집만 훈련시킨 ‘부실청문회’”라면서 극단적인 의미 축소에 나섰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이 9억이 아니라 6억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을 빼고는 하나도 새롭게 검증된 것이 없는 청문회”라고 혹평했다. 윤 대변인은 “부실한 질문에 부실한 답변, 결과적으로 부실한 검증을 만든 ‘부실청문회’”라면서 “후보의 자질의혹을 검증하기보다는 면죄부와 해명기회만을 준 3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장경수 중도통합민주당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면피용 검증청문회”라면서 “한나라당 검증청문회는 한나라당 연출에 이명박, 박근혜 주연의 짜고치는 면피용 검증 대국민 정치쇼”라고 힐난했다. 장 대변인은 "얼토당토않은 맹탕 검증코미디는 국민들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시킨 꼴이다.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느냐"고 물었다. “한나라당의 헛발질 자작극을 보며 오늘의 착각을 뼈아프게 후회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예감을 떨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일단 범여권은 겉으로는 의미 축소에 혈안이었지만 속내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5년전만 해도 제주·광주를 시작으로 ‘노풍(盧風)을 불러일으키며 후보를 일찌감치 뽑았는데, 지금은 후보는커녕 대통합의 성사 여부조차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올 연말 대선 승리는 차치하고라도 ‘지금쯤은 뭔가 좀 확실한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범여권 관계자들의 한숨이다. 당장 당의 운명을 묻는 질문에도 범여권 관계자들은 “될대로 되겠지”라는 말 일색이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잇단 소속 의원들의 탈당에 따라 열린당에 배분된 당 소속 원내 정원이 축소돼 구조조정의 도마 위에 놓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도 범여권은 대통합방식을 놓고 ‘한가로운’(?) 설전이 오고갔다. 장영달 열린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열린당 해체론’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향해 “한나라당과 가겠다는 것인지, 대통합에 참여하겠다는 것인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쏘아붙였다. 장 대표는 “박 대표는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하루속히 대통합신당 참여에 떨쳐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은 즉각적인 논평을 통해 “또 병이 도졌다”면서 “장 대표의 발언은 정권을 부도낸 한심한 집권당의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통합민주당은 “열린당이 망한 이유를 아직도 모르느냐”면서 “열린당은 이제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국민 명령에 따라 당을 해체해라. 아무리 열린당 밖에다 위장정당을 만든다고 해도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당을 만들지 말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