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9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오늘 긴급회의를 연다고 어제 밝혔다. 이명박, 박근혜 예비후보 진영의 네거티브 검증 공방이 통제 불능 상태로까지 치닫고 있어서라고 한다. 인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후보를 보좌하는 분들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을 사용하고 심지어는 풍수지리사까지 동원해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 측의 장광근 대변인과 박 후보 측의 이혜훈 대변인을 네거티브 공세의 책임을 물어 징계하기로 했다. 전여옥 의원은 양 진영의 이런 작태를 ‘내전(內戰)’ ‘존속살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에야말로 ‘아름다운 경선’으로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당 안팎에서 1997년의 ‘후보 교체론’을 연상시키는 ‘제3의 후보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두 예비후보 캠프 사람들의 충성 경쟁이 사태 악화의 한 요인이다.

    이들은 상대 후보를 흠집 낼 꼬투리만 있으면 키우고 부풀려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진다. 금도(襟度)를 찾아볼 수 없고, 민주적 경선에는 관심도 없다. 어차피 정권은 ‘떼어 놓은 당상’이니 어떻게든 경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한 자리 챙길 수 있다는 계산 아래 ‘한 건(件) 터뜨려 보스에게 잘 보이자’는 궁리만 하는 것 같다.

    이들은 겉으로는 ‘검증 원칙’과 ‘정권교체’를 외치지만 마음속엔 사리사욕이 가득하다. 이런 아첨꾼, 집안 싸움꾼들이 반(反)한나라당 연합세력을 상대로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효과적인 선거전(戰)이나 펼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이 지금 연출하고 있는 ‘꼴불견’은 본선 감표 요인일 뿐이다. 5년 전 이회창 후보 주변을 기웃거리며 눈도장 찍기에 바빴던 인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두 예비후보부터 이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 겉으로는 제지하는 척하면서 상대방이 공격받고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즐긴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위선이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어제 “과잉 충성하는 참모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