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가 3번 진행되는 동안 ‘점잖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결국 마지막 정책비전대회에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세게’ 한판 붙었다.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종합정책토론회에서 박 후보와 이 후보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상대방 공약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두 후보 모두 주어진 상호토론 시간 12분을 모두 상대 공격에 할애하며 열을 올렸다.

    두 후보는 일단 박 후보의 ‘고교평준화 주민투표제’ 공약으로 몸을 풀었다. 고교평준화 주민투표제의 현실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던 두 후보는 서로의 말을 자르며 “묻는 요점과 답변이 다르다. 획일적인 교육정책을 쓰지 않겠다는 것으로 알겠다. 박 후보가 알아들으면서도 동문서답하고 있다”(이 후보) “내 말을 (이 후보가) 이해 못했다. 교육자치의 기본 단위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해서 그렇게 질문하는 것 같다”(박 후보)고 쏘아붙였다.

    이명박 "박정희 살아있었다면 대운하 찬성했을 것"
    박근혜 "아버지 시절에 (대운하) 검토했다가 폐지했다"


    가볍게 몸을 푼 박 후보와 이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로 정면충돌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는 대운하를 반대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찬성했을 것”이라며 “박 후보는 내가 하는 공약은 다 반대인데 박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만들 때 많은 학자들이 반대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했다”고 ‘박정희’를 이용해 박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오염된 낙동강을 대운하로 해결할 수 있는데 반대한다면 무엇으로 수질 오염을 해결할 것이냐”고 따졌다.

    박 후보는 “대운하가 오히려 수질오염을 더 시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운하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이 후보도 식수오염 문제 때문에 몇 차례 말을 바꾸고 있다. 이중수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문제되니까 철회하고 강변여과방식을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렇다면 대운하로 인해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도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전 시장은 “(대운하는) 안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박 후보는 수질개선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고 박 후보가 “낙동강 수질은 그동안 개선됐다”며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 없다고 하자 이 후보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군요. (현재의 방법대로) 맡겨 놓고 보자는 뜻인 줄 알겠다”며 자신의 토론시간을 마무리했다.

    두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방전’은 이 후보 다음으로 이어진 박 후보 상호토론 시간에도 이어졌다. 박 후보는 “조금 전 말했듯이 식수원 오염도 여러 차례 말을 바꿨고 운하 목적도 물류라고 했다가 관광으로 입장을 바꿨다. 10년 연구했는데 왜 이렇게 바뀌느냐”며 “아버지(박 전 대통령) 시절에 검토했다가 폐지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검토했다가 폐지했다”며 "박정희라면 대운하 했을 것"이라는 이 후보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이에 이 후보는 “박 후보 말하는 내용 보니까 전부 인터넷에서 나를 반대하는 세력이 만든 자료”라며 “너무 외부에서 반대하는 사람 얘기만 듣지 말고 당내 후보와 마주앉아 듣는 기회도 가져라, 그럼 자세히 말하겠다”고 불쾌해 했다.

    박 후보는 “결국 운하는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이 후보의 답변이 길어지자 중간에 말을 자르며 “(대운하를) 하겠다는 말이냐”고 재차 물었고 이 후보는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정부가 검토하면 국민에게 알려드린 뒤 국민의 지지가 있으면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할 사업이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문가가 소설 쓰듯 한게 아니지 않느냐"
    이명박 "소설 같다는 이야기 하면 안된다" 발끈


    두 후보는 ‘엉뚱한 곳’에서 언성을 높였다. “운하와 관련해 이명박 홈페이지에 들어와 검토해본 적 있느냐. 왜 남의 홈페이지는 들어가고 같은 당 후보 홈페이지에는 안들어가느냐”는 이 후보의 공격성 질문에 박 후보가 “홈페이지 이상으로 전문가 자료 많이 봤다. 전문가도 전문적으로 검토한 것이지 소설쓰듯 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박 후보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이 후보는 “소설 같다는 이야기 하면 안된다. 박 후보가 낸 공약을 소설 같다, 말도 안되는 소리 같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언성을 높였으며 이에 박 후보는 “내가 언제 말도 안된다고 했느냐”며 황당한 듯 웃었다.

    두 후보는 ‘강변여과방식’을 두고도 팽팽히 대립했다. 박 후보는 “창원이 강변여과방식을 채택했는데 건설비만 800억원 들었고 하루 수돗물 6만5000톤을 생산한다. 하지만 수도권은 하루 836만톤이 필요하기에 건설비가 10조원이 넘는다”며 “창원과 여건이 달라 민간 토지를 수용해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는 창원시가 만든 강변여과시설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강변여과방식을 하는 것이라 세계에 자랑하려고 홍보관 등 부수건물을 잔뜩 지어서 비용이 많이 들었지 실제 취수시설은 비용이 적게 들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간지나 인터넷에서 나를 모함하려는 자료를 갖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치적으로 논쟁할 게 아니라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토론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