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창이 좀 더 날카로워진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나라당 두 번째 정책비전대회(교육․복지 분야)에서 다른 대선후보들의 공격적인 질문은 공격적인 답변으로 맞받아쳤으며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약점 파고들기에도 서슴없었다.

    토론회의 자타공인 ‘저격수’로 급부상한 홍준표 의원의 “정수장학회에서 해방되고 손 털 의향이 없느냐”는 직격탄에 박 전 대표는 질문의 질을 꼬집으며 여유롭게 대응했다. 박 전 대표는 “홍 의원이 나한테 질문한 내용은 오늘 정책토론회와 별 관계가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답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질문을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를 갖고도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충고부터 했다.

    그는 이어 “기왕 질문했으니 답을 드리겠다. 이것(정수장학회)은 이미 개인 재산이 아니다. 사회에 환원됐기 때문에 국가재산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의원은 “정수장학회가 장학 사업을 하고 있고 공익재단이기에 교육분야 토론과 관련이 있다”며 한발 물러났다.

    박 전 대표는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는 홍 의원의 질문에 “내가 말하지 않아도 홍 의원이 지난 2005년 12월 사학법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말했고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며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 홍 의원과 같은 입장임을 부각시켰다. 박 전 대표는 답변 시간이 모자라 추후 상호 토론 시간을 이용해 “비리사학은 전체 사학의 1.2%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비리는 사학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정부가 원칙만 철저히 세워서 한다면 얼마든지 척결할 수 있다”며 “현 정부는 1.2%의 비리사학을 척결한다는 핑계를 대고 모든 사학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교육정책 중 하나인 ‘16개 시도별 고교평준화 주민투표’를 두고 이 전 시장, 홍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에서 평준화 유지 여부에 대해 투표할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는 박 전 대표의 질문에 이 전 시장은 “16개 시도별 투표에 반대한다. 거대 도시를 하나로 묶는 것은 자율화에 맞지 않다. 정치적 포퓰리즘이다”고 시도별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자율적으로 주민이 정하라고 할 때 시도에서 획일적으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산의 여러 구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해서 원하는 방법을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앙에서 평준화 하라고 쥐고 있었던 것을 광역시도에 일임한 뒤 주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에 이어 홍 의원도 “16개 시도가 자율적으로 (평준화 투표를) 해서 부산은 비평준화인데 대전은 평준화라면 부산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간 사람은 어떻게 평가를 해서 학교를 가야 하느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주민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다른 지역에서 이사를 온 사람은 그 지역 체제에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약점’을 파고드는 공격적인 질문도 준비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정에 따라 추가로 줘야 하는 법정전입금을 서울 교육청에 주지 않다가 법원이 결정을 내린 후 지급했다”며 “교육이 잘 되려면 예산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올려줘도 부족할 판에 교부금도 제대로 주지 않아 교육 재정에 어려움을 겪게 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이에 이 전 시장은 “당시 서울시와 정부간 마찰이 많았다. 평준화에서 벗어나 자율형 사립고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정부가) 정치적으로 반대해 왔다”며 노무현 정부와의 정치적 대결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박근혜 구상과 정책 알릴 기회...만족"

    박 전 대표는 이날 정책토론회에 대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육복지에 대해 갖고 있는 구상과 정책을 알려드리는 기회였다”고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토론회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16개 시․도별 평준화 주민투표’ 공약에 대해 질문이 집중된 것과 관련, “내 정책에 관심이 많이 질문한 것이니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를 한마디로 평해달라는 요청에 “정책은 정책이다”고만 했다. 

    박 전 대표 측도 이날 토론회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토론회도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보다 잘했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캠프 대변인 한선교 의원은 논평에서 “역시 원칙과 신뢰를 가져다준 예측 가능한 국가지도자의 모습이었다”며 “지난 5․29 경제 분야 토론회가 누가 우리 경제를 이끌 적임자인지를 명쾌히 보여준 자리였다면 오늘 토론회는 박 전 대표만이 할 수 있는 약속, 꼭 지킬 수 있는 약속, 미래를 위한 비전과 전략을 국민 앞에 내놓은 자리였다”고 호평했다.

    한 의원은 “국민 속에서 국민과 함께 정책을 실현하고 그 행복과 열매는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박 전 대표만의 확고한 신념이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분명히 전달됐다”며 “한국 경제의 회생과 선진국 진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인재 양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작 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이 어딘지에 대해 그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남은 외교안보 분야 토론회에서도 박 전 대표만의 확고한 국가관과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혹평했다. 한 의원은 “이 전 시장은 정책의 구체성, 실현 가능성에 관한 타 후보들의 질문에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며 “이는 이 전 시장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보다는 인기 영합적이고 즉흥적이었다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혜훈 의원은 “여전히 정책의 콘텐츠가 없는 오만함을 보여줬다”며 “구체적인 얘기 없이 ‘나는 할 수 있다’고만 했다. 복지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나는 할 수 있다’만 반복했지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기조발언을 듣고도 놀랐다. 누구에게 무슨 서비스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이 없었다”며 “선언적 구호만 있었을 뿐 복지 프로그램은 단 하나도 얘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의 ‘신혼부부 주택공급’ 공약은 ‘무뎃뽀 공약’으로 결론났다”고도 했다.
    [=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