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과 기자들은 왜 불렀느냐. 대화가 아니라 불상사를 만들려고 온 것 아니냐. 우린 대화할 용의가 없다" '쾅' 그렇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사무실의 철문은 굳게 닫혔다.


    성기를 노출하고 자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던 전교조 전 분회장 출신인 서울H고교 교사 노씨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문제에 전교조가 개입, 노씨의 퇴진을 요청한 학부모단체와 대립하고 나선 것.  ·

    노씨가 노상방뇨라고 주장하며 재판을 요청한 상태에서 전교조 서울지부는 성명을 발표하고 노씨를 질타했던 학부모단체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대표 김지현, 이하 교학련)'과 교육단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나서며 노씨를 옹호했다. 이에 교학련측은 전교조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 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교학련은 전교조가 노씨를 옹호한 것에 상당히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살펴보더라도 노씨의 범행은 분명한데 전교조가 자기사람 챙기기에 여념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교학련측은 전교조 서울지부에 공문을 보내 입장을 밝히고 함께 노씨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제의했다.

    교학련과 자유주의연대는 5일 이 문제에 대해 전교조와 함께 대화하기 위해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에 항의방문했다.

    전교조 "경찰과 기자를 왜 불렀느냐. 싸우려고 온것 아니냐"

    전교조 사무실 문이 열리고 곧 2명의 조합원이 이들을 맞았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다짜고짜 "경찰을 왜 불렀느냐"고 따지고 나선 것. 전교조측은 "왜 경찰을 끌어 들였느냐. 대화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불상사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 기자들까지 대동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할 수 없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전교조측의 주장은 교학련측이 경찰을 불러들여 일을 크게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기분 나빠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전교조측은 기자들에게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들과 동행한 한국교육신문사와 뉴데일리 기자가 잠깐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찍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고 소리치며 사진 찍는 것을 저지했다. 이어 "기자들까지 데리고 와서 무슨 대화를 하려는 것이냐"고 교학련측에 따졌다.

    교학련 "대화 피하려고 별의별 핑계거리 만드는 전교조"

    항의방문한 교학련측은 전교조의 뜻밖의 반응에 당황했다. 자유주의연대 최홍재 조직위원장은 "공문을 먼저 보내지 않았느냐. 그리고 경찰은 우리가 부른 것이 아니다. 공문으로 기자들도 간다고 분명 이야기 했지 않았느냐"고 말했지만 전교조측은 막무가내였다. 한때 최 위원장을 '툭' 밀치기도 했다.

    교학련 김지현 대표는 "분명 노씨 사건을 의논하고 대화하자고 왔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니 황당하다. 대화를 피하기 위해 핑계거리를 만들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다"고 어이 없어 했다.

    이날 학부모측과 전교조측 사이엔 팽팽한 대립이 20여분간이나 이어졌다. 하지만 노씨와 관련된 대화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전교조측은 계속해서 '경찰 출현'을 이유로 들며 대화를 거부했으며 교학련 측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제가 얘기 계속합니다"라고 말을 '툭툭'끊었기 때문.

    경찰 "전교조 반응 기분 나쁘다"

    불상사를 막으려고 찾아왔다 오히려 논란의 중심이 됐던 경찰관(익명 요구)도 황당해 했다. 그는 "서울경찰청에서 두 단체간 싸움이나 불상사가 생길지 모른다고 공문이 와서 왔다"며 "그런데 다짜고짜 이들 단체와 짜고 왔다고 전교조가 기분 나쁘게 말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전교조는 매일 항의만 지 이런 식으로 항의를 받아본 적이 드물어 당황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학련과 전교조의 노씨와 관련된 대화는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전교조가 문을 '쾅' 닫고 잠가버리며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 전교조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던 학부모들은 한 마디 항의도 못한 채 문밖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단지 지나가던 한 전교조 조합원이 "노씨를 잘 안다"며 "그 사람 좋은 사람이다. 전국에 얼마나 나쁜 교사들이 많은데 그 사람한테만 너무 그러느냐"는 쓴소리만 듣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