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주자의 토론마당은 한마디로 대선주자가 지니고 있는 콘텐츠의 집합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승부의 장(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나라당을 필두로 앞으로 상당기간 펼쳐질 대선주자들의 토론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대통령 감을 가려내는데 가장 중요한 필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경제정책토론회가 끝난 바로 그 다음날, ‘조인스 풍향계’가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과의 간격을 좁히는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맞장 토론을 보고 있었던 대다수의 국민들이 인식했던 부분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명박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신혼부부 주택공급 공약의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사실이 토론을 통하여 알려졌기 때문이다.

    40.2%로 선두를 달렸던 이명박 전 시장은 경제정책토론이 있고 난 직후 37.8%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는 그 전날 있었던 토론회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중심으로 펼친 이명박 전 시장의 경제정책이 크게 조명을 받지 못한 결과 때문에 빚어진 지지율의 하락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정책토론이란, 대선주자가 지니고 있는 정책비전을 밝힘으로서 일종의 검증절차를 밟아나가는 과정이다. 모든 토론이 지니는 특성, 예컨대 토론을 보고 듣는 대상자들이 토론자에 의해 설득당하는 프로세스는 토론자들이 내건 정책의 콘텐츠의 영향에 의한다.

    토론에 임하는 토론자는 토론을 통하여 그가 지니고 있는 전문성, 지식기반, 도덕성, 사물변별능력 및 리더십을 확연하게 내보일 수 있어야 대중 설득에 성공할 수 있고, 아울러 필연적인 검증의 일정부분을 성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임기응변과 토론에 능하다는 자신감 하나만으로 정책토론에 임하는 후보는 백발백중 국민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나 임기응변이 아니고 토론 그 자체가 지니는 내용의 진실성이다.

    듣기로는 이 전 시장이 자신의 정책 외곽조직인 국제전략연구원 원장을 비롯한 많은 정책자문단 교수들과 심층토론 시간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그의 가장 큰 대국민 공약사항인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이것은 분명 콘텐츠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수한 TV 매체의 전문가들로부터 토론기법이나, 영상매체 대응방식에 대하여 공부를 많이 배웠기 때문에 제스추어나 방송 매너는 노련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콘텐츠만은 결코 제스추어나 방송매너처럼 쉽사리 극복되는 단순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토론회에서 2, 3차 보충 질문정도만 가더라도 이 전 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보다 압도적 우위를 드러낼 것이라고 확언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불충분한 콘텐츠 때문에 경제 대통령 후보라는 이명박 전 시장의 상징적 담론을 끌어낼 수 없었다는 사실 또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반도 대운하’, ‘신혼부부 주택공급’ 공약의 허상이 잔영으로 남는 결과를 배태시켰다.

    박 전 대표는 약점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제 분야에서 오히려 약점을 극복하고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신혼부부 1주택 공급공약의 허점을 칼날같이 집어내어 침착한(?) 공격수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해내었다고 본다.

    결국 경제정책토론의 맞장토론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필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박근혜 전 대표가 선전(善戰)을 했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명박 전 시장이 내건 공약사안이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인정된다면, 콘텐츠를 빨리 보완 충전 변경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토론 경쟁력에서 단연 압권은 홍준표·원희룡 의원이다.
    이들은 비록 ‘3약(弱)’에 머물러있지만 토론자체의 경쟁적인 면에서는 이(李)·박(朴)보다 앞섰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토론 자체가 실질적으로 ‘빅2’의 전쟁이기 때문에 그 그늘에서 빛을 볼 수 없는 ‘3약’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차기를 차지하겠다는 보이지 않는 야망이 꿈틀거리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이(李)·박(朴)의 진검 승부가 앞으로 3회가 남았다. 6월 8일 대전에서 열리는 교육복지분야 정책토론과 6월 19일 부산에서 통일외교안보분야 정책토론 그리고 6월 28일 종합토론(서울)을 통하여 이(李)·박(朴)의 지지율은 현저히 달라질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신혼부부 주택공급’ 공약의 콘텐츠를 보완 충전 변경하지 않는다면, 정책 비전 면에서 암초에 좌초할 가능성 또한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본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