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대선주자로 오르내리는 사람들 중에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 갑자기 대통령 예비후보 운운하는 자유로운(?) 풍토가 되어, 너도 나도 한번쯤 대통령 예비후보 선언하면 어떨까 하는 정치개그가 이 나라에 심심치 않게 울려 퍼지고 있다.

    범여권 대선후보로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경영가 출신 문국현 씨가 누구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시민단체 생활을 오래했던 박원순 씨는 또 누구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또 박해춘 씨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허기사 필자 자신도, 전혀 알 수 없는 분들이 신문에 갑자기 대선 예비후보 명단에 나오고 나서야 ‘아 그런 사람이구나’하고 감동적(?)으로 느낀 적이 한두 번은 있는 것 같다. 너도 나도 대통령 예비후보에 뜻이 있다고 타의에 의해서 발표되는 모습이 뭐 그렇게 썩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좀 어색한 미소가 머금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나만의 야릇한 느낌 때문일까.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직책인데, 검증되지 않은 분들이 자천타천으로 대통령 예비후보 운운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농담으로 ‘나도 한번 나가볼까’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그저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운영자이다. 이토록 중요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하마평에 오르는 예비후보 명단에 이 사람 저 사람 막 터져 나오는 정치 지형이 과연 아름다운 정치 풍토인가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여지를 남긴다.

    위험한 한탕주의에 발상한 정치병리적 사회 현상의 일환이 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중적 인지도가 전혀 없거나, 낮은 분들이 대통령 예비후보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사회학적으로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정치적 아노미 현상이 부른 또 다른 부작용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인지도기 낮은 분들 중에 과연 몇 분이나 실질적으로 대통령 예비후보로써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는 분들일런지 자못 의문스럽다는 뜻이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이와 관련해서 “아무리 인물이 없다지만, 전혀 검증이 안 된 인물을 거론하는 것은 위험한 한탕주의이며 성공할리도 없다”고 시니컬하게 비판했다. 잘 못된 정치사회를 빗댄 매우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또한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자기가 살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붙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기업 경영 잘 했다고, 또 시민단체에서 유력한 사람이라고, 국민들이 생면부지(生面不知)하다고 할 수 있는 분들을 대통령 예비후보로 띄우려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 쓴말을 아끼지 않았다.

    모 정당 인사는 당초 목표로 내세웠던 ‘시민단체 세력과의 연대’도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스스로 비판하기도 한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모 의원은 “그 사람들과 (시민단체세력) 당(黨)을 같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까지 표현했다고 했을 정도이니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이 말은 시민단체 활동을 했었던 사람을 대통령 예비후보로 내세우려고 했던 모 정당의 방향을 겨냥한 말일 것이다.

    아무나 대통령해 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띄워도 보고, 그래서 띄워진 이름이 언론에 표출되는 것은 이 시대의 가장 몹쓸 정치병 때문에 생긴 혼탁한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부터 발상의 전환과 의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기업 경영이나 시민단체 생활 잘 했다고, 그리고 국회의원 몇 번 해 보았다고, 국가 경영을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닐진데…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전혀 그 차원과 그 궤적이 다르다는 것을 정치권만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