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위기에 강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하다. 강재섭 대표가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며 ‘중재안 수용’을 압박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그야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경선룰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당·내외에서 ‘분당 사태’까지 우려하며 끝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지만 박 전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요즘의 박 전 대표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당내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투쟁과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장외투쟁을 선봉에서 지휘하며 여론변화를 이끌어냈던 당 대표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캠프 내에서는 강 대표의 초강수에도 ‘합의안대로’라는 박 전 대표의 ‘원칙’이 바뀔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박 전 대표는 강 대표가 중재안에 의원직까지 걸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불참’까지 시사한 것이 경선룰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완강한 입장을 대변한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 측 한 의원은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미 결론이 나 있는 상태”라며 박 전 대표의 입장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강 대표에 대한 기대는 이미 완전히 버렸다. 물러나든 말든 우리와 관계없다”며 “원칙의 문제이므로 (우리가) 물러설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이 바뀌어야할 사람은 따로 있다”며 박 전 대표에게 중재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또한 “김학원 전국위원회 의장이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심의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지켜보겠다”며 “중재안이 상정되더라도 참여해서 심의를 보류시키겠다”고 했다. 강 대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재안 전국위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별한 공개 일정이 없는 주말동안 박 전 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해 고민한 뒤 ‘중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캠프 측은 전면 부인한다. 이미 ‘경선 불참’까지 포함한 ‘최종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내릴 결정이 없다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강 대표의 ‘의원직 사퇴’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박 전 대표의 주말 공개 일정을 잡혀 있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평상시와 같이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중재안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만약 경선이 강 대표가 제시한 안대로 치러진다면 박 전 대표는 백의종군하게 될 것”(유승민 의원)이라고 ‘경고’했다.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 스스로 “독자출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 상태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이미 ‘데드라인’을 정해 놓은 만큼 ‘공’은 이 전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어서 '원칙고수'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적절한 수준에서 해결되지 않아 박 전 대표가 '경선불참'을 선택할 경우 한나라당의 경선이 엉망진창이 되고 나아가 정권교체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든 이· 박 두 진영간에 '극적 합의'의 실마리가 도출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않다.

    이래저래 박근혜 이명박 강재섭 세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들에게는 이번 주말이 길고 긴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