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재섭 대표의 쇄신안을 인정함으로써 한나라당 내홍은 일단 수습국면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완전한 화합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론조사 반영비율 등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오히려 더 커 보인다. 또 이 전 시장 진영은 강 대표의 중립성에도 여전히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2일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미 합의가 된 당원과 국민참여 5:5라는 비율은 이미 결정이 됐기 때문에 그 한도 내에서 국민의 뜻이 50%, 당원의 뜻도 50%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선룰 협상에서 '여론조사 4만명 실시'를 주장하는 캠프의 입장을 분명하게 확인한 것이다.

    이후 이 전 시장은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5:5' 비율 의미에 대해 "오픈프라이머리는 아니지만 그 취지나 정신을 살려 실질적으로 국민 50%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아보니 현재대로면 당원과 국민의 비율이 7:3이 된다더라"며 "국민참여 50%가 결과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은 '강도높은 후속조치'를 요구하며 이러한 이 전 시장측 기류를 반영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픈프라이머리가 필요하며, 후보간 유불리를 떠나 당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박근혜 전 대표도 (과거에) 국민참여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한나라당을 탈당했다"고 압박했다. 정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한 것은 경선룰 협상에서 '4만명'이라는 마지노선을 확보하기 위한 선수라는 시각이 많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 전 시장은 곧바로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를 방문, 강 대표를 만났다. 적극적인 화합제스쳐를 취하면서도, 쇄신안을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친박'으로 알려진 지도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강 대표는 이 전 시장과의 면담에서 "내가 자리에 연연하거나 당을 그냥 유지해보자는 생각은 아니다"며 강도높은 '개혁'을 약속했다.

    이 전 시장측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일로 강 대표가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안을 일부 수정하거나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대한 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이 전 시장이 당의 화합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 지도부는 쇄신과 개혁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경선을 관리해 당이 다시 혼란의 위기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지금 경선룰을 꺼내는 것은 다시 당을 깨자는 주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이 전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자연스런 결정"이라면서도 곧바로 "우여곡절끝에 힘들게 합의를 했는데 그것을 새로 하자고 하면 더 싸우자는 얘기밖에 안된다"(최경환 의원)고 경선룰 논의를 사전에 차단한 것도 '경선룰 재논의=당분열'이란 인식을 심기위한 것으로 읽힌다. 

    김재원 의원도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경선룰' 재논의를 포함한 이 전 시장 진영의 추가 쇄신안 제시 가능성에 대해 "그 분들이 개혁이라고 주장하는데 선수가 심판에게 상대방 골대 문을 넓히라고 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자기 골대부터 넓히고 얘기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경선룰 재협상 가능성을 차단했다. 박 전 대표 측 한 의원도 "이 전 시장 진영이 당 개혁을 주장하면서 경선룰부터 꺼냈다. 이 전 시장 진영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얘기하면서부터 개혁주장은 명분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진영은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 대표가 경선룰의 재논의가 아니라 지금껏 합의된 사항을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에 무게를 싣고있으므로 박 전 대표 진영은 강 대표에게 힘을 싣는 것이 이 전 시장 진영과의 경선룰 힘겨루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곽성문 의원은 "이 기회에 당 대표에게 (당운영의)주도권을 줬으면 한다. 그동안 강 대표가 역할을 하기 힘들었던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대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