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산 관광은 잘 되는데 왜 납북자 문제는 잘 안 풀리는 겁니까?"

    2일 오전 금강산 숙소에서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며 북한 정부 고위 당국자와 접촉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서 있었던 것. 그는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였다. 


    납북자들의 탈북을 도와준다는 이유로 지난 3월 금강산 관광 불허 통보를 받아 금강산에서 지내려던 아버지 최원모씨 제사를 청와대 앞에서 지냈던 납북자 가족모임 최 대표가 드디어 금강산에서 아버지의 제사를 지낼수 있었다. 지난 30일 북측의 허가로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 관광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

    최 대표는 아버지 영정사진과 제를 지낼 물품을 준비하고 1일 금강산 산행에 올랐다.구룡폭포근처에서 절경을 보며 웃음을 짓는 관광객들 사이로 그는 '납북자 최원모'라고 선명하게 글을 새긴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내려 놓았다. 북한이 '납북자'표기에 대해  문제삼았던 것에 대해 항의표시였다. 그는 술한잔 따르고 절을 하며 찹찹한 심정으로 아버지의 제를 올렸다.


    "이 시간 이후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 북한 고위 당국자를 데려오라"

    사건은 2일 발생했다. 오전 7시 30분 금강산 관광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관광객 사이로 최 대표는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지를 몇 장 꺼내 온 것. 그는 급히 아내에게 립스틱을 달라고 주문했다. 빨간 립스틱으로 그는 한자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송환 생사확인' 그는 "이시간 이후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 북한 고위 당국자를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곧이어 현대아산 직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른 관광객들을 먼저 남한으로 보내라. 나는 남겠다"고 최 대표는 완강히 복귀를 거부했다. 현대아산 직원들은 곧 북측관계자와 정부당국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북측은  '최 대표가 나가지 않으면 관광객들은 한명도 남쪽으로 돌려 보낼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관광객들이 뒤에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투쟁은 오래가지 못했다. 건장한 남자 10여명이 몰려와 최 대표를 억지로 끌고 내려간 것. 그렇게 북한에서의 '납북자 송환 생사확인' 투쟁은 끝났다.

    "금강산 관광은 잘 되는데 왜 납북자 문제는 잘 안 풀리는가"

    최 대표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관광객들한테는 정말 미안하다.하지만 그런 비난도 다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시위는 작심하고 계획한 것"이라며 "납북자 생사확인도 송환문제도 우리 정부한테는 도저히 기대를 할 수 없으니 북한 당국자와 직접 대화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만나서 납북자 문제를 결판 내려고 했으나 북측은 일절 날 상대하지 않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관광하면서 북측 사람들을 많이 만났을 텐데 납북자 이야기를 꺼낸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만나는 북한 사람마다 납북자 이야기를 했다"며 "관광을 안내하는 사람들은 전부 내가 누군지 안다고는 하더라. 그러나 그들은 나와의 대화에 일절 응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검문소 직원만이 응수를 하더라"며 "검문소 직원한테 '금강산관광은 잘되는데 왜 납북자 문제는 안 풀리느냐'고 따졌더니 그 북측 직원이 '적십자회담에서 잘 될 것'이라고 응수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정부한테 또 한번 실망했다"며 "북한에서 몇시간이나 복귀하지 않겠다고 버티며 정부당국자와 접촉시켜 달라고 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연락을 취해오지 않았다"고 섭섭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