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인물중심의 개인기, 이른바 후보중심 대통합론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에 이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낙마가 그 발단인데, 당 지도부의 후보중심 대통합론에 대한 반발로 비쳐지고 있다.

    정치권 밖의 외부인물의 개인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당내의 후보군들이 통합의 물꼬는 트는 행동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 당내 일각의 당 해체 요구와 맞물려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시한부' 정세균 의장 체제의 열린당호의 침몰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듯한 모습이다. 

    열린당 내 386 의원들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박명광 의원은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고 전 총리에 이어 정 전 총리까지의 대선불참 선언을 언급하며 “무분별한 영입쇼는 그만하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한길을 가려면 최소한 정치적 지향점과 추구하는 가치는 비슷해야 하는데, 대중적 인기와 새 얼굴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이러한 검증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며 했다. “우리 힘으로는 안되니 무조건 밖에서 데려와야 한다는 무기력과 패배의식에 빠졌던 것을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이제 분별없는 영입정치는 정리할 때”라면서 “누가 한번에 열린당과 범여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음이 증명 됐고, 더 이상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태도가 애매하고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는 사람을 대통령감으로 추켜세우지 말자”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가까운데서 가능성을 찾자”며 “오랫동안 뜻을 가지고 열정으로 준비해온 당내 후보들과 범여권 후보들을 잘 갈무리하고 뜻을 모으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원탁에 모여 누가 더 잘 할수 있을지 열띠게 토론하고 한사람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의장의 최측근이기도 한 박 의원은 “TV에 나오는 연예인은 마음에 안들면 채널을 돌리면 되지만, 정치인은 최소 4~5년간 무조건 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열린당의 한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도 뉴데일리와 만나 “이번 정 전 총장의 대선불참 선언을 계기로 정치적으로 심리적 변절을 했던 평화개혁세력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고건대망론’ ‘정운찬대망론’ ‘손학규대망론’을 얘기하면서 당적은 변경하지 않은채 상황에 따른 정치적 변절을 일삼아 왔던 사람들은 앞으로 신중해야 한다”면서 “신뢰가 뭔지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당 지도부의 후보중심의 대통합론에 제동을 걸면서 당내 대선후보중심의 대통합론의 무용성을 강조한 것인데, 당내 일각의 당 해체 요구와 맞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열린당 지도부는 당 해체 주장에 반격을 가하면서 “후보중심의 대통합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변했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후보자중심의 신당 추진이라는 것이 후보자 한명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잠재력 있는 후보군을 중심으로 대통합신당을 추진하려는 것이었다”면서 “그 한축이 무너졌다고 해서 폐기할 상황은 아니다”고 분명한 입장을 내보였다.

    정 의장은 이어 당 해체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서도 “당 해체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프로그램을 내놔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아무 프로그램 없이 당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적절치 않은 주장”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정 의장은 “프로그램이나 확실한 대안 없는 해체론 주장은 비현실적이며 옳지 못한 주장이며, 설령 그 주장에 동조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당을 해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당 해체 요구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