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에 매우 중요한 내용을 쏟아냈다. 평소 말을 함에 있어서 신중하기로 이름난 박 전 대표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이기 때문에 더더욱 궁금증이 증폭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공동유세 불발이 한나라당 재보선 패배의 원인’이라는 세간의 지적과 관련 박 전 대표가 지닌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전 대표가 매우 의미 있는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그건 민심을 모르는 것이고, 대전 시민을 무시하는 얘기다. 공동 유세 하고, 이벤트나 벌이면 대전 시민의 마음이 바뀌었겠느냐고 되묻고 싶다. 언론에선 (대전 보선이) 대선 전초전이라고 보도했지만, 나는 대선을 의식해 지원유세에 나선 게 아니다. 대선 주자가 지원 유세를 대선전에 활용한다고 하면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겠나. 각자의 입장에서 조용히 도우면 되는 일이다. (2005년 2월 국회에서 합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법안을 놓고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분과) 같이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지 않았겠나.”라고 인터뷰 기자에게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전 시장이 그러한 말, 즉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면, 이명박 전 시장은 대전 보선의 결과에 대해서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보아 결코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당시 수도이전을 반대했던 서울시장으로써 ‘군대라도 동원해 행정수도이전을 막고 싶다’는 말을 했다면, 군대 동원 운운 용어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열망했던 충청도민들에게 매우 큰 상처를 안겨준 말이 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법안을 놓고 ‘군대라도 동원해서 막고 싶다’고 공언했다면 한마디로 대통령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서울시장으로써 행정수도이전 반대를 주장했었던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국회에서 합의한 법안을 놓고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라는 말 그 자체를 이 전 시장이 만약 했다면 어떤 의미에서 마키아벨리적 행정만능주의에 도착된 독재적 발상용어이자 초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표현이라고 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대통령 예비주자로서 선두를 선점하여 대세론적 후보로 지칭대고 있는 대통령 예비후보가 국회에서 합의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법안을 두고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극단적인 말을 했다면, 민주 자유국가의 예비 대통령 후보로써 매우 부적절한 표현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군대라도 동원해 복합행정도시 이전을 막고 싶다’고 한 말이 사실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용어 사용에 대한 부적절성과 부적합성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소명이나 해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보선이 끝난 후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내린 것이다.
    국민은 이제 한나라당에 대해서 식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새롭게 국민 앞에 다가설 수 없다면 국민들은 쉽사리 한나라당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재보선 패배에 대하여 스스로가 책임을 질줄 아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수도이전 문제는 대한민국 정통세력과 애국세력이 다함께 결사반대했던 지극히 타당한 원론적인 이야기다. 따라서 이명박 전 시장이 당시 서울시장으로써 수도 이전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매우 당연하다. 그러나 수도이전 반대를 표현한 이 전 시장의 당시 언어 상 표현은 용어의 사용과 기법에 있어 부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중요한 사항은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박 진영이 공히 다른 진영에 재보선 참패의 결과를 책임 전가하려는 소아병적 태도를 함께 버려야 한다.

    이번 재보선 패배의 책임은 이명박 진영과 박근혜 진영 모두에게 책임이 공유되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깊게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괜한 한나라당 지도부 탓을 하기 보다는,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완전히 떠안아야 할 상황임을 깨달아야 된다는 뜻이다.

    지도자는 입이 무거워야 하며, 항상 국민을 하늘 높이 받드는 공복의 자세를 지녀야 하고, 말을 함에 있어 진중함과 정결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