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보선 결과가 박(朴)·이(李) 진영의 대권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리라는 추측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혹자는 한나라당 위기가 강재섭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결코 재보선 실패의 실체가 아니다. 강재섭 대표의 운신 폭이 대세론 때문에 실로 많은 제약(制約)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대세론의 중심에 서 있는 모 진영이 한나라당에 보이지 않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은 지 이미 오래다.

    한나라당은 치열한 내부 검증을 회피했고, 50%가 넘는 지지율을 맹신한 나머지 스스로의 반성과 성찰을 게을리 했으며, 2007 대선의 승리를 100% 과신했다. 그리고 대세론에 몸을 온통 맡겼고, 대세론 주자에 철저하게 줄을 서며 내일을 계산하기에 바쁜 것처럼 보였다. 국민들에게 비춰진 한나라당의 인상은 말 그대로 오만하다는 느낌이었다.

    지도부 인책론과 사퇴론이 나오고 있지만, 재보선 참패 결과는 엄밀한 의미에서 지도부의 탓이 결코 아니라, 대세론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한나라당을 향해 악재가 계속해서 튀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공천문제, 의사협회 로비사건 등 전혀 예측하지도 않은 사건들이 줄줄이 튀어나오고 있고, 한나라당의 앞날은 암운(暗雲)이 짙게 드리워지는 양상을 보인다.

    한나라당 위기론이 한나라당 일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고개를 쳐들고 설왕설래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한나라당의 내일을 예고해주는 듯하다. 이번 재보선에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의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모든 것을 걸었었다. 그러나 결국 한나라당 지지율 1위의 실체가 수면 위로 제 모습을 나타냈고, 그것은 바로 낙선이라는 씁쓸한 고배였다.

    재보선 결과 실패 - 바로 그것은 민심이 한나라당을 떠나가고 있음을 반증한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참담한 패배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두 대선주자와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경북 봉화에서조차 참패를 당했다.

    한나라당이 맹신하고 있었던 높은 지지율이 드디어 허상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명박의 위력도, 박근혜의 위력도 민심 앞에서는 무력해졌다. 한나라당 지지율의 실체는 어차피 집권세력의 실정으로 얻어진 반사이익이었고, 그 반사이익으로 얻어진 지지율 속에서 한나라당은 대세론과 줄서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세론과 줄서기의 한나라당 모습을 가지고, 치열한 자기검증 없이,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 중에 착각임을 깨달아야 할 텐데… 과연 스스로 성찰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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