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6위 조선회사인 한국 STX 조선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의 서해안에 위치한 창싱(長興)도로 이전하게 된 원인은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년 전부터 새로운 조선소 부지를 물색했던 STX는 조선소 건설에 대한 온갖 규제와 민원, 강성(强性) 노조의 강력한 단체행동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STX가 창싱도를 새로운 조선소 부지로 결정하자 다롄시 당국은 계약, 법인 설립, 착공이 1년 안에 완결되는 '초 스피드'의 행정지원에다 조선소 기반시설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 다롄시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작년 한 해 동안 한국 전체 일자리 창출 수의 1/3에 해당하는 1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확보하게 되었다.(2007년 1월 18일, 조선일보)

    현재 우리 국민의 가장 큰 소망은 경제를 살려 달라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50.5%가 올해의 국가 아젠다 1순위로 '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또한 국민의 77.1%가 대선에서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국가경영능력'을 꼽아 지난 대선 때의 33.1%를 두 배나 넘고 있다. 이 수치는 노무현 정부가 우리 경제 발전에 장애물밖에 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경제는 2003년 이후 4년 동안 잠재성장률(5%)에도 훨씬 미달되는 평균 4.1% 성장했을 뿐이다. 과거 6%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던 우리 경제가 이처럼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기업 투자 규제, 반(反)기업 정서, 강성 노조, 경제정책 방향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계속되고 있는 기업의 해외 탈출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국내기업의 탈출을 방지하고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소중한 재산인 진취적인 기업가, 근면하고도 우수한 연구인력과 노동력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와 지도자의 임무이다.

    그러면 어떤 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가? STX의 해외 탈출 사례는 그 해답을 잘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작고 효율적인 정부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가경쟁력은 정부의 크기에 반비례한다. 작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4위에 머무르고 있다. 공공부문의 제도 효율성이 47위로 처져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세계적 흐름인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 역행하여 '크고 비둔한 정부'를 추구한 결과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태평성대를 누린 곳은 정부와 공기업 같은 공공부문이다. 공무원은 2만5000명이, 공기업 인원은 8만 명이 각각 늘어났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는 정비 대상을 제외하고도 335개의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그나마 17%인 58개는 회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부실 위원회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비대한 정부는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가부채를 늘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둘째 과도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정부 규제 완화, 친(親)기업 환경 조성, 세금 경감 등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기업 하기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도적 규제도 모자라 이제는 이념적 규제까지 가하고 있어 기업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해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세계 157개국 중 36위에 머무르고 있다. 과도한 규제야말로 기업 활동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잠식하는 반(反)시장적인 규제를 단호히 철폐해야 한다.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출자 총액 규제, 수도권 규제와 같은 제도적 규제 외에도 '양극화 해소'와 같은 이념적 규제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투자의 위축을 초래하는 것들로서 철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경제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여 기업 활력과 투자 의욕을 제고해야 한다.

    셋째 국가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갈수록 과격해지는 시위는 국가의 법질서와 공권력마저 붕괴시키고 있다. 권위적인 정부는 사라져야 하지만 국가의 권위는 살아 있어야 한다. 국가란 합법적 강제력을 지닌 유일한 권력기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합법적 강제력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합법적 강제력인 공권력 경시 풍조가 사회에 만연하여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노동계의 불법 파업과 폭력 시위는 우리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 기업인들이 "현재와 같은 높은 임금과 강성 노조의 무리한 파업이 자주 발생하는 한 공장을 한국에 짓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앞날은 기대할 수 없다. 노동계의 불법 파업에 따른 '신인도 저하'를 조속히 근절하지 않을 경우 국내기업의 해외 탈출과 외국기업의 투자 기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공동화는 피할 수 없다.

    얼마전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마법에 빠져 있다"며 "기업 하기 좋은 나라보다는 소비자와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어떻게 소비자와 국민이 잘 살 수 있겠는가? 일자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국민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도자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문제는 간단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돈을 버는 나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를 만들어 '돈을 버리는 나라'로 만들 것인가? 국민은 또 이번 대선에서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돈을 버는 대통령'인가 아니면 '돈을 버리는 대통령'인가?